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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난민, 테러·마약할까 겁나” “같이 생활해보니 과장된 얘기”

여성국
여성국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19 10:02

제주에 갇힌 예멘인<상> 엇갈린 도민
제주 난민반대단체 집회 잇따라
일부 고용주 “기도 한다고 일 멈춰”

예멘인 150명 투숙시킨 호텔 주인
“20대 청년, 나를 아빠라 부르며 따라”


지난달 18일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의료봉사 부스에 몰린 예멘 난민 신청자. 건강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20대 예멘 청년 라지는 제주 올레관광호텔을 운영하는 김우준(53)씨를 “아빠”라고 부른다. 라지는 제주 성산의 한 식당에서 서빙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주말마다 김씨와 예멘 친구들을 만나러 차로 30분이 넘게 걸리는 올레관광호텔로 찾아온다.

김씨가 운영하는 관광호텔에는 현재 25명가량의 예멘인이 지내고 있다. 많을 때는 예멘인 투숙객이 150명이 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5월 1일 예멘인 약 30명이 체크인을 했다. 그는 예멘인들을 중동에서 온 관광객으로 생각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30명이 60명이 되고 수가 늘어나자 김씨는 이들에게 상황을 물었고, 그제야 이들이 예멘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하러 온 이들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김씨는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아침에 빵과 주스를 준비해 줬다. 라마단 기간에는 호텔 주방도 빌려줬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서 왔다고 하는데 마침 제주도 4·3사건을 겪었으니까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갈등도 있었다. 100명 넘게 주방을 사용하니 금방 지저분해졌고 쓰레기 처리도 제대로 안 됐다.

“문화적 차이가 있는지, ‘이런 식으로 하면 더 못 빌려준다. 쓰레기도 한국에서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니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고 사과하더니 조금씩 나아지더라.”

그는 “나도 처음에는 이들이 테러리스트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난민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예멘으로 돌아갈 이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예멘이 안정된 후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검은 피부에 대한 반감,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두려움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두고 우려와 반발도 있다.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회원 등 40여 명은 지난 14일 오후 제주시 노형로터리 인근에서 두 번째 난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향 도민연대 사무국장은 “국내에 들어온 이슬람 난민들은 절대 자신의 종교와 가치관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예멘은 명예살인과 마약류인 카트를 씹는 게 합법인 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우려를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차별, 혐오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주시의 택시기사 송모(59)씨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의 검증을 거쳐 들어왔지만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테러 위험이 없다는 보장이 없다”며 “불법체류자 문제도 있고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멘인들을 고용한 이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제주공항 인근 횟집을 운영하는 신모(55)씨는 “점심시간이 가장 바쁠 때라 보통 오후 3시쯤 점심을 먹는데 면접을 온 예멘인은 자기는 꼭 제때 밥 먹고 30분간 기도해야 한다고 해 채용하지 않았다”며 “주변 사장들 얘기로는 이들이 게으른 편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난민에 대한 지원을 아예 끊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한다.

한때 일부 호텔과 숙소에서 모여 지냈던 예멘인들은 현재 제주도 외곽으로 흩어져 지낸다.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의 김상훈 사무국장은 “입국 초기보다 예멘인들에 대한 반감이 심해져 도시보다 시골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제주 모슬포 인근에서 지내는 예멘인 타하(34)는 “이웃 주민들과 축구를 하고 편견을 줄이기 위해 한국어도 배우고 마을 일도 도우려고 애쓴다”고 전했다.

제주=여성국·김민욱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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