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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항로 이탈! 비상 걸린 국적항공사···한진 오너家의 부끄러운 민낯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20 17:01

[심층취재] 구속 피했지만 불법·탈법 종합세트 오명

사정 당국의 예봉 피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고개 숙인 한진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물컵을 던지고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연신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조 전 전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하나는 배운 듯합니다. 진심이 아니더라도 빨리 덮자로 말입니다. 뉴스 나오니 사과하는 건 진정성보다 본인의 이익을 위한 거겠죠. 그러나 본인을 위한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 우롱과 조롱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국적 항공사의 총수 일가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며 수없이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의 민낯을 숨길 수는 없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는 폭행죄부터 횡령·배임, 밀수·탈세·약사법 위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막강 변호인단을 선임한 총수 일가는 일단 구속수사는 피했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전무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신청·청구된 구속영장은 4차례 기각됐고 횡령·배임, 사기,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였던 조 회장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당국의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게 서 있는 듯하다. 관세청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밀수·탈세 혐의에 대해 마무리 수사 단계이고,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노동부의 소환 조사도 앞두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악연을 지속해 온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 위장계열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여전히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이 두 딸을 퇴진시키고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는 ‘여론 잠재우기용’ 카드라는 냉소가 지배적이다. 되풀이되는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가족 전체가 법정에 서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전무는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들이 받고 있는 주된 혐의는 폭행죄다. 음성 녹음 파일과 몰래 찍은 영상이 폭로되면서 이들이 행한 갖은 갑질이 세상에 알려졌다.


죄질 불량한 새로운 혐의 계속 ‘누적’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이 올 5월 4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 회장은 아버지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프랑스 파리 부동산 등 해외 재산을 신고를 하지 않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었다. 재력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일탈의 하나다. 지난 6월, 검찰은 조 회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약사법 위반이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약사와 거래를 통해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한 대형 약국을 개설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했다. 이 약국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 보유 건물에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18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료 1000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약국의 수익 일부가 조 회장에게 간 걸로 의심한다. 국내 재벌 총수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건 극히 이례적이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은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한 일이 없다”며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해 준 것이며, 해당 약국에 투자를 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에 더해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 당시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이 대준 정황도 포착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불했다면 횡령과 배임 혐의에 해당된다.

법원은 7월 6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국내 1위 항공사 총수로서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총수 일가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 있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신변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육부가 7월 11일 인하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1998년 조 사장이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학 자격이 없음에도 학교 측이 승인을 했다며 인하대에 조 사장의 편입학을 취소하고 학사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인하대는 “조원태 사장 편입 취소 통보는 이미 20년 전 진행된 교육부 감사를 뒤집은 것으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처분은 인하대의 이의신청을 거쳐 2~3개월 뒤 확정된다. 조 사장의 편입학이 최종 취소될 경우 미국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에서 받은 경영학 석사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조 사장의 최종 학력이 고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진 오너 일가에게 청구된 구속 영장은 경찰 1회, 검찰 3회, 총 4차례다. 한 집안에 구속영장이 네 번이나 청구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모두 기각된 것도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구속영장 청구 횟수는 4차례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조 회장 일가를 둘러싼 수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은 조양호 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7월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7월 6일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보강 수사 결과에 따라 영장 재청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범죄사실에 빠져 있던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아버지인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의 고발장을 받아 수사를 벌여 왔다. 조 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검찰은 자금 관리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3년 만에 다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관세청은 한진 일가의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를 포착해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을 6월 4, 8일에 이어 7월 3일 등 3차례 소환,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외국에서 구입한 물건을 반입하면서 세관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개인 용도 물건을 법인용으로 반입하는 등의 밀수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출국할 때 구매한 면세 물품과 외국에서 산 물품의 합산 가격이 600달러를 초과할 경우 해당 여행자는 세관에 내역을 신고하고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밀수품의 원가 중 가장 높은 금액에 상당하는 벌금형이 가해진다. 여기에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으로 확인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밀수한 물건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 5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조 전 부사장의 밀수·탈세가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펼쳐졌다고 판단될 경우 상습 관세포탈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관세청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완벽한 증거를 제시하는 사안에만 혐의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물증이 없으면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마무리 수사 단계로 조만간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이 세관당국에 영장 신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전 부사장은 3년 만에 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속 면했지만 포토라인 설 일 아직 남았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 4일 인하대 후문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7월 11일 조 사장의 인하대 편입 부정이 확인돼 편입학과 졸업을 취소한다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 사진:연합뉴스


두 번의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 전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의 레이더에 걸렸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이 전 이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소환할 예정이다.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부가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혐의는 폭행이다. 근로기준법 8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동부 조사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폭행죄 처벌규칙에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올 6월, 형법상 상습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 법원은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구속을 피한 이 전 이사장이 이번 노동부의 예봉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조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고발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 공정위는 위장 계열사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소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처남인 이상진 태일통상 회장 소유의 ‘위장 계열사’ 세 곳을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태일통상과 태일캐터링, 청원유통이 그룹 계열사 요건에 들어맞지만 한진그룹은 수년 동안 공정위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을 지정할 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태일통상은 대한항공에 기내용 담요와 슬리퍼 등을 납품하고, 청원유통과 태일캐터링은 대한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3개 회사는 한진그룹 내부거래로 매출 100%를 올리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위장 계열사(미신고 계열사) 혐의가 입증될 경우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한진그룹이 이들 계열사에 대한 신고를 오랜 기간 누락한 만큼 고의성이 짙어 검찰에 고발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위장 계열사’ 혐의 외에 대한항공이 납품업체 ‘트리온무역’으로부터 통행세를 받은 혐의도 조사 중이다. 통행세란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데도 총수 일가의 소유 회사를 매개로 거래함으로써 중간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상당부분을 면세품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 ‘트리온무역’이라는 업체를 거쳐 납품받았다. 트리온무역은 이 과정에서 물품 공급가의 3~5%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공동대표 4인은 총수 일가의 재무를 담당했던 원종승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함께 조현아·원태·현민 등 조 회장 3남매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대한항공이 조 회장 3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몰아줬다고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대한항공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앞에는 관계 당국의 조사와 함께 지난한 재판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2014년 12월에 터진 ‘땅콩회항’ 사건은 2017년 12월이 돼서야 결론이 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공보안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5년 1월 구속기소 후 35개월 만이었다. 이에 비춰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상무의 재판을 시작으로 이어질 조 회장 일가의 사법적 최종 결정이 나오려면 수 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관심사는 누가 대한항공을 이끌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직후 모든 직책에 물러났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인 올 3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사장)로 복귀했다. 3년4개월 만이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보는 여론은 곱지 않았다. 2019년 12월까지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조 회장이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물거품이 됐다. 조 회장이 4월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이 전 이사장과 동생 조 전 전무의 갑질 논란 여파였다.

현재 조 회장 일가에서 대한항공의 경영을 맡을 인물은 조원태 사장뿐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계속 직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가 인하대 부정편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내렸기 때문이다. 인하대 측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한진그룹 후계자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내에서는 벌써부터 ‘고졸 사장’이라고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편입학 취소 확정 여부를 떠나 국내 1위 항공사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서의 자격 시비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과 별개로 조 회장 사퇴 요구 목소리도 높다.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밀수·탈세,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논란의 책임을 조 회장이 져야 한다는 게 대한항공 직원들의 요구다. 그러나 6월 28일 검찰에 출석한 조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아버지인 조 회장이 물러날 경우 조 사장이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현행 항공사업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집행종료일로부터 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 임원 선임을 제한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부사장 직책을 달던 대한항공이 아닌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집행유예 기간은 2019년 12월까지다. 현행법상 조 전 부사장은 2020년은 돼야 대한항공 임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이들의 대한항공 복귀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행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올 4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항공안전법·항공보안법 등 항공사 업무와 관련된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았을 경우 집행종료(또는 면제)일로부터 5년간 항공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난 2024년에야 대한항공 임원 복귀가 가능하다. 아울러 이 개정안에는 조현민 전 전무를 겨냥해 외국 국적자의 경우 미등기 임원도 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경영인 도입”도 알고 보니 최측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 관세포탈 혐의를 조사 중인 관세청 조사관들이 4월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전산센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재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에서 모두 물러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공백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일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여론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다수의 결격 사유가 드러났고 직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내세워 다시 경영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4월, 조 회장은 두 딸(현아·현민)을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발표했다.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이어 석태수 한진칼 사장을 대한항공 전문 경영인 부회장으로 앉혔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식의 꼼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석 부회장은 조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가신 중 한 명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9년부터 2016년 말까지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왔지만 전문경영진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건재하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가족 경영이 사라지는 동시에 전문경영인의 경영권 보장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권은 지분의 문제다. 인민재판하듯 쫓아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총수 일가가 일선에서 물러나 대한항공과 무관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체질 개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업을 위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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