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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감정적 접근 안 돼 … 심사 철저히 해 국민 불안부터 덜어야”

여성국
여성국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23 08:34

전문가들 국민 안심시킬 정책 주문
“출입국 공무원만으론 심사 한계
전문 심사관·통역 인력 키워야”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활용해 제주도에 와 난민 인정 신청을 한 예멘인 527명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진행된 ‘제주도 난민 신청에 따른 무사증 입국과 난민법 폐지’에 관한 청와대 청원에는 7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현재 법무부는 청원 답변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모인 시민들이 난민 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난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감정적 차원에서 찬반 문제로 접근하는 대신 제도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먼저 난민이 논란이 된 유럽에서도 무슬림에 대한 테러 위협이 있어 국민들의 걱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철저한 심사를 통해 불안을 제거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법 전문가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심사가 난민과 ‘난민이 아닌 사람’을 만들어 가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난민 아닌 사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출도 제한조치에 대해서도 “호주의 경우 난민 신청을 하면 나우루 섬 같은 곳에 보내 난민 심사를 하는 등 가혹한 조치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면서 “장소를 제한하고 분리하면 시민과 난민이 멀어지고 적대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난민 문제에 기존 사회의 불안 요소가 투영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겪는 젠더, 경제 이슈를 난민에게 덧붙여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대편에서는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난민 심사관과 전문성 강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지금처럼 출입국 공무원이 난민 심사를 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심사관과 통역 인력을 키우고, 이들 수를 늘려야 한다”며 “난민 신청자들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국가 정황 정보가 충분히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기관 논의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난민 신청자들에게 ‘난민다움’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제주 체류 예멘인을 계기로 향후 우리나라가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제주 예멘 난민 관련 법무부 대책’에 대한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어 난민심사제도 간소화 등의 방침을 밝혔다. 현행 난민심사제도는 법무부 1차 심사를 거쳐 법무부 산하 난민위원회가 2차 심사를 한다. 난민 신청자가 결정에 불복 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 3심까지 갈 경우 총 5단계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날 법무부는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제기 절차를 줄이고 난민 심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국가 정황 수집 분석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심사 담당자를 4명에서 10명으로 늘려 기존 8개월의 심사 기간을 2~3개월로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 일원으로 난민 문제에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도 키워야 한다는 걸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인 관련, 법무부 향후 대응 방안

법무부 대책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인정에 있어서 (법무부의) 1차 심사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심사 인력이나 절차적 보장이 제대로 안 되는 게 지금 상황”이라면서 “난민 심사 간소화 등에 관한 법무부의 방향이 불복 기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난민 신청자들의 법적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1차 심사가 단순 면접만 진행되고 한국어로 간략히 통보하는데 여기 불복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국·최규진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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