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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밀매의심 선박 억류…안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유지혜
유지혜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23 10:02


지난 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석탄 적재를 위한 노란 크레인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제재 면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산 석탄 밀매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단속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청와대가 직접 “(북한산 석탄 유입 정보가 입수된) 지난해 10월부터 관세청이 중심이 돼서 계속 조치를 해왔다”(김의겸 대변인)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 ‘제재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논란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짚어봤다.

제재 면제가 곧 제재 완화?
제재 면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있는 규정을 근거로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채택된 결의 2397호 25항은 ‘북한 내에서 구호활동 등을 하고 있는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의 업무를 촉진하거나 관련 결의의 목표와 일치하는 어떤 목적을 위해 면제가 필요하다고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결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결정은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의 동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최근 정부가 남북 간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신청한 예외 인정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 진전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국제사회가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재 틀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지, 제재 완화는 아니라는 정부 설명이 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향후 판문점 선언의 이행 등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건건이 면제를 적용받을 경우 제재의 구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안보리가 북한에 트럭 한 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2016년 3월 채택 결의 2270호) 감자 한 알까지 금수품목으로 정한 데는(2017년 12월 채택 결의 2397호) 이유가 있다. 북한 지도부가 그간 일반 품목도 군용으로 전용하고, 수입원 대부분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들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멈췄지만 핵물질 생산은 계속하고 있다. 동결도 채 이뤄지기 전 정부의 제재 면제 조치를 통해 북한으로 재화가 유입되는 데 대한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산 석탄 반입, 누구의 제재 위반?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10월 제3국 선박 두 척(스카이 에인절호, 리치 글로리호)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유입시켰다고 밝혔다. 북한의 석탄 수출은 결의 2371호가 채택된 지난해 8월부터 전면 금지됐다.

전문가 패널의 지적대로 러시아의 홀름스크항에서 의도적인 환적이 이뤄졌다면 해당 선박들 및 관련 단체들이 제재를 어긴 것이 된다. 한국의 석탄 수입업체 역시 제재 위반 여부와 관련, 관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국내법과 사실상 동등한 효력을 지니며, 안보리가 결의를 채택하면 회원국들은 제재 이행을 위해 국내법을 정비한다. 해당 한국 업체는 관세법에 따른 부정 수입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해당 선박들의 입항 즈음에 관련 정보를 입수했으나, 이미 석탄은 하역한 뒤라 유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설명대로라면 한국 정부가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민간인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논리는 그간 공공연히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돼 온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해왔던 항변이기도 하다. 결의 2371호는 “모든 국가는 자국민이 북한산 석탄을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의무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자국민의 제재 이행은 곧 국가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치 글로리호'(왼쪽)와 스카이 엔젤(오른쪽)호가 20일 오후 각각 제주도와 포항 인근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연합뉴스]

의심 선박 억류, 안했나 못했나?
의심 선박이 입항했는데도 정부가 억류하지 않은 것은 책임 방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결의 2397호 9항은 북한의 석탄 등 밀매에 연루돼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자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영해에 의심 선박이 있을 때는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나포, 검색, 동결을 할 수 있도록 각국에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북한산 석탄 수입이 전면 금지된 지난해 8월 이후 밀매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수십차례에 걸쳐 한국 항구에 입항했는데도, 당국은 억류하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국에 북한산 석탄을 유입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두 척은 입항은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한국 영해를 자유롭게 오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해당 선박 두 척이 북한산 의심 석탄을 하역한 지난해 10월 당시에는 (의심 선박 억류를 의무화한) 2397호 채택 전이었고, 선박의 억류를 위해서는 금수품 운반을 포함, 제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선박들이 재입항했을 때 수시로 검색 조치를 실시했지만,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금수품 적재 등 결의 위반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증거가 있을 때는 억류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정유제품과 석탄 밀매에 연루된 선박 3척을 억류 중인데, 이처럼 의심 선박을 실제 억류한 나라는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는 선박 억류의 기준인 ‘밀매에 연루돼 있다고 믿을만 한 합리적 근거’에 대한 판단 권한을 각 회원국 재량에 맡기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억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 루트의 주요 길목에 포함돼 있다는 정황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은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려 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우리 영해와 항구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검색 등을 최대한 철저하게 해서 한국을 제재 회피 루트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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