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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조너선 골드의 '한마디'

김석하 / 논설위원
김석하 / 논설위원 

[LA중앙일보] 발행 2018/07/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23 19:13

음식 비평가(food critic)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조너선 골드(LA타임스)가 57세의 일기로 지난 21일 타계했다.

그는 산타클로스를 닮았다. 그 정도 키에, 그 정도 흰 머리와 수염, 그 정도 나온 배, 그 정도 인자한 표정 등. 나이는 60대 중후반으로 봤는데 훨씬 어렸던 셈이다. 2~3년 전 동료들과 함께 찾은 LA한인타운 한식당에서 조너선 골드를 우연히 만났다. 만나보니 비평가라는 직업 이미지와는 달리 서글서글 부드러웠다.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툭툭 털어놓았다.

그는 어릴 때 LA한인타운 인근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메뉴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이런저런 코리안 푸드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고 했다. 또 한국에 가 전주에서 비빔밥을 먹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고 했다. 너무 예쁘고 맛있어서. 그러면서 지역별 특식, 양념차이, 조리방식 등 해박한 지식을 풀어냈다. 진짜 한국을 사랑하는 듯 했다. 지금도 여러 한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식사 중인 그를 너무 오래 잡고 있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일어나는데, 그가 한마디 했다. '맛있는' 말이었다.

음식은 입으로 먹는가. 코로 먹는가. 겉모습으로 보면 입이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진짜 맛이라고 강조하는 '고향의 맛'이나 '어머니, 할머니의 맛'은 무엇인가. 이런 맛은 '코'로 먹는 맛이다. 냄새를 느끼는 후각세포는 코 깊숙이 뇌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냄새는 원초적으로 감정과 직결돼 있다. '정재인율'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정확하게 감각을 재인식하는 비율을 말한다. 냄새의 정재인율은 70% 이상으로 다른 감각보다 월등히 높다. 다시 말해 냄새를 맡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기억(재인식)하는 일이 높다. 고향의 맛, 어머니(할머니)의 맛에는 음식 자체의 냄새에 다가 그 당시 집 안의 냄새, 그 지역의 냄새, 계절의 냄새 그리고 별 고민거리 없는 꼬맹이가 느끼는 행복한 냄새가 뒤범벅돼 있다. 그 종합되고 반복된 냄새가 수십 년이 지나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입맛을 돋우는 것이다. 실제로도 코감기에 걸리면 모든 맛은 그저 씹는 맛 외에 없다. 낯선 음식을 꺼리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냄새가 다르기 때문에 뇌가 불편해 하는 것이다.

2007년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들고 나섰다. '우리의 음식을 세계인들이 다 좋아한다면', 한국 내와 해외 곳곳에서 한식 세계화를 외치며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그러나 애초부터 맛을 전파하는 일은 정부 주도로 일정시한에 이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국민들은 TV에서 외국 유명 연예인을 불러놓고 "김치, 좋아해요?" 끈질기게 묻고 예의상 "아이 러브 김치!"라는 빈 대답이라도 들어야만 빙그레 웃으면서 직성이 풀렸다.

비빔밥은 한 술 더 떴다. 비빔밥을 홍보한다며 검은 양복을 입은 중장년의 정부관료들이 하얗고 높은 요리사 모자를 쓴 채, 공사판에 쓰일 삽들을 들고 대형 비빔밥을 버무렸다. 그걸 보고 입맛 당길 사람도 있었을까.

조너선 골드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음식잡지 구르메(Gourmet) 편집장은 "그는 음식이 공동체를 통합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음식과 요리의 정체를 꿰뚫은 명언이다.

한식당에서 헤어지며 조너선 골드가 던진 한마디는 이랬다. "사람은 역사와 전통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그것을 강조하려고 하지 마세요." 외국인을 보면 대뜸 "김치 먹어봤어요?"라고 묻는 한국인의 이상한 애국심을 그는 '콕' 집어줬다.

음식은 '오감(五感)'으로 표현하는 문화의 꽃이며, 통역이 필요없는 세계 공용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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