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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진보 정치인의 자살

이종호 / 논설실장
이종호 / 논설실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7/2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23 19:15

돈은 신성하지만 때론 음험하다. 부적절하게 이동된 돈은 어두운 경로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가는 올가미가 되고 만다. 이전투구 한국 정치판에서 또 한 명의 정치인이 그 덫에 스러졌다.

노회찬 의원은 긴장과 분노, 극한 대결의 한국 정치판에서 드물게 해학과 풍자, 위트와 웃음을 선사했던 정치인이었다. 재치 있고 논리적인 언변으로 최근엔 JTBC 시사 토크 프로그램 '썰전' 패널로 합류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몇 푼' 돈 때문에 '나쁜 정치인'이 되고 목숨까지 던진 것이다.

요즘 한국 정치 지형에서 '드루킹과 정치 후원금 4천만원'이 갖는 함의는 무척 복잡다기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과 통째로 바꿀 만한 무게를 갖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평생을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로운 삶을 외쳤왔던 노 의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분열적인 모순과 구겨질 자존심을 버터낼 자신이 없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걸자 들면 걸리는 게 한국 정치판이다. 그래도 전문 반칙왕들은 교묘한 오리발과 철판 두른 양심으로 늘 빠져 나간다. "수십 억 수백 억 해 처먹은 X들은 떵떵거리며 잘도 사는데 겨우 5천만 원 때문에 목숨을 버리다니요." 수없이 달린 온라인 댓글들은 이런 모순된 현실에 대한 울분이자 분노일 것이다.

아무리 고상한 야망과 비전도 도덕적 순결주의만으론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게 현실 정치다. 정치인의 불법과 탈법은 그래서 생겨나고 일상화된다. 한국에 좋은 정치인은 드물고 나쁜 정치인과 더 나쁜 정치인만 득실거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능력 있고 양심적인 정치인이 돈에 실족당하지 않고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게 하려면 법과 제도를 현실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그나마 '덜 나쁜 정치인'이었던 고인이 한국 정치판에 던진 마지막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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