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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외교부 눈치 살폈나…강제징용소송 곳곳 흔적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7/24 15:02

외교부, 소송 의견서에 "한일관계 파국 가능성, 대외신인도 손상 우려"
검찰, 판사 외국파견 도움받고 '재판 민원' 들어줬을 가능성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배상에 부정적이던 정부 측 입장을 대법원이 적극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이 외교부에서 법관 외국 파견을 비롯한 편의를 제공받고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고법원을 얻어내기 위해 사건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객관적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6년 11월 재판부에 의견서를 냈다. 외교부는 관련 조약의 해석과 국제법 관행, 일괄처리협정과 개인청구권의 관계, 판결 파급효과 등에 대한 의견을 18쪽에 걸쳐 정리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이 소송은 애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됐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재상고로 2013년 다시 사건을 접수했지만, 2012년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취지로 이미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외교부는 "일괄처리협정과 개인청구권의 관계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행과 판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네덜란드·독일·필리핀 사례를 들었다. 모두 행정·사법부가 국가간 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 소멸을 인정한 사례였다.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실현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배상판결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여럿 제시했다.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 재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민간 견해를 소개했다.

이어 "한일관계의 근간이 되어온 협정의 해석이 뒤흔들릴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적 신인도 손상을 불러올 것이며,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되고 한일 간 경제관계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경제적 관점의 부정적 의견도 제시했다.

당시 외교부는 피고를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요청에 따라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2012년 판결로 법리적 쟁점에 대한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재판을 종결하지 않고 재상고심이 접수된 지 3년 지나 외교부 의견을 듣는 게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종의 '시간 끌기'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의 '민원' 내지 '요청'이 들어왔다는 언급이 담긴 2013년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인했다. 문건에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이나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을 고려해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교부와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매개로 '민원'을 주고받으며 배상판결을 미뤘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한일 우호관계 복원에 관심 있던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마음을 살 필요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3월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서 이 전 실장이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법관들이 특정한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재판 진행이나 방향성을 검토했다면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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