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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생태계 체질이 바뀌었을까

[LA중앙일보] 발행 2018/07/2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7/24 18:24

덥다. 몇 주 전 폭염은 건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이번 주 들어 열파가 다시 시작됐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옛말은 생태계에 몸을 맡기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라는 말처럼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더위는 좀 미심쩍다. 지난 6일 UCLA 인근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111도까지 올랐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에 단발성으로 일어나는 극단적인 기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7월 들어 최고 기온은 알제리 우아르글라의 51.3도(화씨 124.3도)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측정된 가장 높은 기온이다. 하지만 단순 기록으로 보면 1913년 7월 10일 가주 퍼니스 크릭의 56.7도(화씨 134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최근의 기록적 더위가 동시에 덮친 지역이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으로 보면 북미와 아시아, 유럽 등 북반구는 물론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에 이른다. 7월 들어 시작된 더위는 꺾일 기미가 아직 없다. 그래서 더욱 이번 더위는 그 성격이 미심쩍다.

일본 도쿄는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으로 섭씨 40도를 넘었고 최고 기온은 41.1도(화씨 106도)였다. 태풍으로 210명이, 곧이어 닥친 폭염으론 65명이 사망했다. 더위가 심각해지자 2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새벽 2시에 시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40도를 넘지 않았지만 일부 도로가 부풀어 오르고 베란다에 둔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했다.

이 와중에 상하이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태풍으로 사망자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도 58시간 계속된 폭우로 20년 만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스웨덴은 50건 이상의 들불이 발생해 이탈리아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 외곽 해안 도시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74명 이상이 사망했다. 40도가 넘는 폭염과 강풍으로 진화가 어려워 유럽연합(EU)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폭염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2003년 서유럽의 폭염은 3만50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피해 규모로만 보면 현재 전 세계의 폭염 희생자보다 훨씬 심각했다. 한국도 1942년 대구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갔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1994년엔 폭염과 관련해 전국에서 3384명이 사망했다.

이번 여름의 태풍과 더위는 특정 지역의 우발적인 특이현상이라고 하기에는 글로벌하고 장기적이고 강력하다. 그 미심쩍음이 기후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의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섭씨 1도 올랐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명제는 전 세계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정책적 합의에 이를 단계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글로벌 공조가 깨졌다.

이전의 이상기후는 기후변화의 전조나 경고로 해석됐다. 전 세계적 현상이 된 이번 더위는 기후변화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아닐까. 과학자들은 1도 오른 지구의 체온이 생태계에 정착됐을 때를 염려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마이클 만 지구과학센터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제 은근한 수준이 아니다. 이번 여름에는 전례 없는 폭염과 태풍, 가뭄, 산불의 형태로 실질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기후변화가 생태계의 체질을 바꾸고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상 보도와 비교해 의외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대책 보도는 많지 않다. 이미 익숙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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