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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이 전한 그리스 산불 참상…'폼페이 화산폭발 방불'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7/25 03:03

구조당국, 실종자 수색 본격화…"사망자 수 79명으로 증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악의 산불 참사로 그리스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생존자들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하며 몸서리를 치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아테네 북동부의 해안도시 마티에서 생환한 중년 남성 코스타스 라가노스는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순식간에 도시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이번 산불을 폼페이 화산 폭발에 비교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갑작스러운 분화로 수천 명이 산채로 잿속에 파묻힌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처럼 마티 역시 시속 100㎞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진 불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불길을 피해 일행과 함께 무조건 바다로 내달린 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며 등에 화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졌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당시 소나무로 둘러싸인 자택에 머물고 있던 현지 주민 아타나시아 옥타포디(60)는 AFP통신에 "불이 저 너머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처음 본 지 5∼10분 만에 우리 집 정원까지 불길이 당도했다"며 "미친 사람처럼 달려 해변으로 가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었고, 잠시 후 도착한 순찰선에 구조됐다"고 말했다.

이날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안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지만, 거꾸로 탈출을 포기한 채 집 안에 있는 쪽을 택해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역시 마티 주민인 안나 키리아초바(56)는 AP통신에 "불난 것을 알지 못했는데, 강한 바람과 함께 갑자기 화염이 접근했다"며 "1시간가량 화재가 계속되는 동안 남편과 함께 출입문 셔터를 내리고,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안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의 수도 호스를 이용해 집 외부를 적신 것과 우리 집 창틀이 나무가 아닌 금속이라는 점 덕분에 집이 완전히 불에 타지 않고 화마를 견딘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남편인 테오도로스 크리스토풀로스는 "좁은 탈출로가 이미 차들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집 안에 있기로 결정했다"며 "도로가 차들에 막혀 봉쇄된 가운데, 바람을 타고 불길이 순식간에 다가오자 거리는 고성과 극도의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날 차량으로 탈출에 나선 사람들 가운데 여러 명이 차량 속도보다 더 빠른 불길에 따라잡힌 탓에 차 안에 갇혀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이들 부부의 경우 순간의 선택이 결국 운명을 좌우한 셈이다.

한편, 25일 산불 참사 사흘째를 맞아 구조당국은 불에 탄 주택과 전소된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며 실종자 수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국은 또 사망자가 전날보다 5명 더 확인됨에 따라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총 7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공식적인 실종자 수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까지 가족과 친구의 소재를 찾아달라며 걸려온 전화가 수십 통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실종자 규모는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마티 인근 도시 라피나 시의 에반젤로스 부르노스 시장도 앞서 24일 "희생자 수가 100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라피나의 산악 지대에서는 현재 280여 명의 소방관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티와 라피나 지역이 산불로 초토화되기 몇 시간 전 아테네 서부 키네타 인근에서 시작된 또 다른 산불도 아직 꺼지지 않은 까닭에 이곳에서도 소방관 200여 명이 소방 헬리콥터의 도움을 받아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23일 오후 아테네 외곽 서부와 북동부에서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두 개의 큰 산불이 확산했다.

아테네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다행히 적시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덕분에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으나, 가옥 수 채가 불타고, 아테네와 코린트를 잇는 고속도로가 봉쇄되며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졌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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