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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행운, 불우한 아이들과 나눠요"

입양아 출신 요가강사 킴 바우만씨
고아돕는 자선 요가 이벤트 개최
올 가을 서울 방문해 뿌리 찾고파

킴 바우만(사진)씨는 로컬의 유명 요가강사다.

해마다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요가 이벤트를 열어 수만달러의 기금을 모은 뒤 샌디에이고와 하이티, 탄자니아, 인디아, 푸에르토리코 등 전 세계의 버려진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원 러브 무브먼트'(One Love Movement)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한인 입양아 출신인 킴은 올해 9월 '원 러브 서울' 이벤트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다. 서울,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반드시 돌아가봐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아이'와 '한국'은 킴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두 단어다. 킴의 한국이름은 '손순이'. 1975년 5월생 순이는 태어난 병원에서 친모에게 버림받은 후 그해 6월 당시 한국십자군연맹 주선으로 미네소타로 입양됐다.



킴을 입양한 바우만씨 부부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을 일구고 있었지만 킴은 자라면서 백인 부모와 다른 외모로 친구들 사이에서 심한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 사춘기 시절엔 방황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점 의심도 없이 '버려진' 불운보다 '입양된' 행운과 축복이 더할나위 없이 크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만약 그때 그런 행운이 없었더라면…' 십중팔구 판이하게 달라졌을 자신의 삶, 그것을 직접 목격했던 곳은 재해의 현장 아이티였다.

킴은 태어날 때 부터 목뼈에 이상이 있어 목을 자유롭게 가누지 못했다. 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그를 위해 양어머니는 한의사를 찾았다. 당시 한의사가 치료와 함께 권한 것이 바로 요가였다. 요가는 킴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요가를 통해 목 치료 뿐 아니라 자아를 회복하고 자기애를 경험하면서 심신의 힐링을 맛보았다.

킴은 자연스럽게 요가를 평생의 업으로 선택해 본격적으로 수련한 후 전문 강사가 됐다. 경력이 쌓일수록 요가 매트 위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나눔과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넓혀갔다.

평소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커뮤니티(onelovemovement.org)를 형성해 끊임없이 수련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일을 실천했다. 이런 활동들은 로컬의 다양한 매채를 통해 여러번 다뤄지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여러 업체의 후원을 받아 대형 야외 요가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모인 자선기금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를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아이티를 방문하게된 킴은 재해가 휩쓸고 간 후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봉사를 자처했다. 고아원 봉사를 맡은 킴은 그곳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상실과 궁핍, 고통을 낱낱이 지켜봤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때부터 고아였고 커서도 여전히 고아였다. 킴은 고아들을 보살피면서 본인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뜨거운 동정심과 동질감을 느꼈다. 자신 역시 이들과 전혀 다름없는 처지였건만 다행히 입양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음을 새롭게 자각했고 그동안 당연하게 누렸던 모든 것들이 과연 얼마나 축복받은 삶이었는지 뼛속 깊이 깨달았다. 자신이 받은 행운과 축복의 무게감과 동시에 평생 되갚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후 킴은 '세상의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사는 것'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았다.

"고아가 될 합당한 이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냥 그렇게 된 것일 뿐이지 아무 잘못이 없어요. '원 러브 무브먼트'를 통해 어린 시절 나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기회를 갖고 내가 가졌던 안도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 바랍니다."

올해의 '원 러브 무브먼트' 자선 이벤트는 9월23일(토) 다운타운 워터프런트 파크에서 열린다.

킴과 동료들은 올해 이벤트 통해 모아진 기금을 한국으로 보내 버려진 고아들을 돕기로 했다. 킴도 서울을 방문해 크고 작은 요가 이벤트에 참여하고 NBC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입양 서류들에 기록된 생후 1달여의 흔적들을 찾아보고 43년 전, 병원과 고아원, 입양대행처에서 일하면서 혹시라도 목을 잘 가누지 못했던 순둥이 '순이'를 기억하는 사람을 한명이라도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가슴 벅찬 기대와 희망을 안고 떠난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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