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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누가 그 '노인'을 죽였나

김석하 사회부 부장

지난 주 75세 한인 할아버지가 65세 할머니에게 총을 쏴 살해하고 자살했다. 둘은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인 관계도 아니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건의 원인은 할아버지가 사귀어 온 80세 할머니가 사건 발생 3일전 심장마비로 숨지자 룸메이트였던 65세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당신 때문'이라며 다퉜다는 정도다.

'살해-자살' 유형의 사건은 한인사회에서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노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75세 한인 노인이 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낯설었고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그 정도의 이유로 격분해 남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된다는 것은 오랜 시간 세상풍파를 겪다보니 감정적 기복이 완만해 지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 노쇠로 힘들고 피곤해 내는 순간 짜증은 많아질 수 있지만 '놀라울 것도 별로 없고 실망할 것도 별로 없는'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75세 노인을 극도의 격한 감정상태로 몰아 넣은 것인가.

사건에 연루된 노인들은 모두 '혼자'였다.

배우자와 이별.사별하거나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독거노인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가뜩이나 쇠약해진 몸에 우울증이 깊어지다 보면 온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독설을 내뿜기도 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살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할아버지는 친하게 지내온 할머니가 세상을 뜨자 우울증이 깊어졌고 사소한 다툼이 일자 18년전 구입한 권총을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노인사회의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무려 2.5배가 증가했다. 65세 미만이 11.7명에서 16.8명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다.

특히 홀로사는 노인의 자살률은 일반 노인의 3배에 달한다.

"늙으면 죽어야 돼"라는 말은 평범한 노인들의 투정섞인 말이지만 외로운 독거 노인에게는 현실이다.

올해 초 한국에서 자살한 70대 독거노인이 남긴 유서 내용은 이렇다.

"늙고 병들고 재산도 없는 초라한 독거 생활을 더이상 지속 할 수가 없었네. 지금의 생활을 계속한다면 정신병자나 치매환자가 되고 말 것만 같네. 세상사 모든 부분에서 뒤떨어진 낙오자인 나는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의욕을 상실한지 오래됐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혼자살면서 고립되다 보면 세상만사를 자기맘대로 해석하는 피해망상에 빠지기 쉽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노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다.

한인사회는 갈수록 노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한인 노인들이 가입해 있는 노인상조회의 사망자 나이를 보면 80대가 평균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65세~70대 초반은 노인이라고 부르기 조차 어색하다. '팔순잔치가 옛날 회갑잔치와 같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같은 '젊은 노인들'의 증가는 향후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혈기는 남아있는데 역할이 상실된 요즘 노인들은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가족붕괴.사회관계축소로 혼자 남겨진 노인들의 슬픈 사건이 이어질 개연성이 큰 것이다.

생의 마지막은 누구나 혼자다.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사회는 제도적으로 무엇을 마련해야 하는가.

외로움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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