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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헛발질 홍보

이종호 편집위원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다 뒤늦게 안달이 났다. 작금의 쇠고기 사태가 대국민 홍보 미흡 때문이라며 고개까지 숙였지만 헛발질 홍보는 여전하다. 잦은 말 바꾸기에다 광우병 불안을 해소해 줄 만한 설명도 균형있는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도 못하고 두루뭉술 변명에만 급급한 것이다. 이런 게 어디 이명박 정부만의 일일까.

최근 한 지인이 타운에 사업체를 열었다가 얼마 못 가 문을 닫고 말았다. 원인은 '홍보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행사를 주관했지만 별로 재미를 못 봤다는 또 다른 분도 비슷한 말을 했다. 100명은 모일 걸로 예상했는데 겨우 10명 정도만 참석했다며 "홍보가 잘못돼서" 그랬다는 것이다.

잘 돼도 홍보 탓 못 돼도 홍보 탓이다. 사업을 하든 행사를 벌이든 하다못해 동네 친목 모임을 해도 홍보를 들먹인다. 도대체 홍보가 뭐 길래 그럴까.

홍보는 설득이다. 그래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유발시키려는 것이다. 광고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광고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내 돈 들여 지면을 사고 전파를 사서 하고 싶은 말을 요령껏 전달하면 된다. 이에 비해 홍보는 훨씬 포괄적이고 간접적이며 은근하다. 기자나 PD 인터넷 누리꾼 같이 중간 매개자가 있다는 불편은 있지만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광고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홍보의 성공은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메시지다. 메시지는 최대한 독창적이어야 한다. 한번이라도 주목을 받으려면 요모조모 튈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수용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멋진 표현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심과 따로 노는 것이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목표 역시 분명해야 한다.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을 말할 것인지가 애매하면 허공에 돌 하나 던져 놓고 요행히 새가 맞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목표도 분명하고 메시지도 번듯한데도 실패하는 홍보가 비일비재 하다. 앞의 두 지인도 그랬다. 그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싶을 만큼 홍보도 했다. 돈도 들였고 시간도 정성도 쏟을 만큼 쏟았다. 그랬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누구보다 홍보를 잘 알았다.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국정홍보처를 업고 막강한 홍보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결과는 참담했다. 또 지금 그 잘났다는 사람 다 모인 이명박 정부도 죽을 쑤고 있다. 그들이 정말 홍보를 몰라서 그러고 있는 걸까.

문제는 알맹이다. 홍보할 내용이 원천적으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투명할 것 진실되고 합리적일 것 누가 봐도 보편 타당할 것 홍보의 설득력은 이런 데서 나온다. 이게 빠진 홍보는 아무리 자주 크게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PR을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 얘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피할 것도 먼저 알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노무현도 이명박도 이것에 둔감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도 그래서다.

감동시킬 자신이 없다면 솔직하기라도 하자. 그게 헛발질 홍보를 피하는 첫째 요건이다. 정치든 사업이든 하다 못해 가게 하나를 운영해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는 홍보의 첫 걸음은 이런 인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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