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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만두' 영화와 아이들의 성장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8/07/3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7/30 17:42

첫 손자가 생겼다고 감격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세종이의 중학교 졸업식에 갈 때가 되었다. '호프 테크놀로지 스쿨(Hope Technology School)'이라는 이름의 이 학교는 주의산만증이 있는 아들을 가진 어떤 어머니가 교회 지하실에서 17년 전에 시작하였단다. 한 교실의 학생 수가 열 명 정도이고, 온갖 뛰어놀기 좋은 놀이 기구가 있는 운동 교실이 옆에 있으니 한바탕 뛰고 오면 도파민이 쏟아져 나와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를 할 수 있단다.

아직은 고교생이 없고 중학교 8학년 학생 11명이 멋진 가운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 중 한 여학생이 큰 유리 그릇에 심어져 있는 대나무를 자신의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선물하는 순서가 있었다.

"제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선생님께서 우리 반 친구 모두에게 작은 대나무 한 그루씩 나누어 주시며 이 나무처럼 저희들도 무럭무럭 크라고 하셨어요. 지난 8년 동안, 저는 많이 배우고 이렇게 컸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신 대나무도 제가 계속 물을 주어서 이렇게 많이 컸기에 저는 이제 학교를 떠나지만 대나무는 선생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 좋게 생긴 선생님 한 분이 그 소녀로부터 받은 대나무는 키가 크고 푸르렀다.

일곱 시 반 기차를 타고 통학해야 했던 세종이는 이제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다행이라 좋아했다. 제 엄마가 만들어 온 김밥과 다른 부모님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졸업 기념으로 영화 관람을 하였다.

팔로알토 시내의 영화관에 들어가니 여섯 명이 모두 각각 떨어져 앉아야만 되도록 만원이었다.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애피타이저처럼 끼워 보여준 만두라는 짧은 영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짧은 영화의 내용에 나오는 중국인 엄마의 마음이 내 가슴에 깊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도미 시라는 이 영화의 작가이며 감독은 캐나다 태생으로 중국에서 이민 온 부모님의 무남독녀다. 부모님의 지나친 보호 아래 자랐기 때문에 머나먼 미국의 할리우드로 도망쳐 온 것은 아닌지.

픽사에서 인턴을 끝내고 일을 시작한 후에도 도미 시는 무남독녀인 자신이 떠나고 난 후에 부모님이 느꼈을 빈 둥지 증상을 상상하며, 만두 영화를 만들 생각을 4년간 하였단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만둣집이나 중국 요릿집을 쉬지 않고 찾아갔었다. 또 자신의 어머니를 스튜디오에 모셔다가 밀가루 반죽은 물론 만두피를 얇게 밀어서 소를 집어넣은 후 예쁘게 빚어내는 일들을 모든 동료들과 같이 했었단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만두피 미는 장면의 손은 바로 자신 어머니의 것이란다. 마파두부나 오이 냉채들의 사진들은 물론, 일부러 커피 테이블 위에 화장실용 휴지 두루마리를 놓아둔 것도 자신의 어머니 같은 이민자들의 생활 모습을 사실대로 나타내기 위함이었단다. 크리넥스 휴지와 화장실 휴지를 따로 쓰는 이곳 서양인들에 비해서 아예 화장실 휴지 한 가지로 모든 용도에 사용하는 이민 1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어느 날 엄마가 빚어놓은 많은 만두 중에 한 놈이 귀엽게 살아나서 엄마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어여쁜 만두는 서양인 친구를 집에 데려온다. 그리고 짐을 싸 들고 그 서양 친구와 함께 집을 떠나려 한다.

이를 보다 못해 떠나는 만두를 잡아끌어 집 안으로 데리고 오려는 엄마, 그러나 이를 박차고 집에서 떠나려는 만두! 그러다가 결국은 꿀꺽 엄마의 입속으로 삼켜지는 만두. 이 작은 영화를 보고 나면 본 영화가 더욱 기다려질 수밖에.

영화 보기에 좋은 여름방학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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