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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사장일 때와 종업원일 때

최근 NBA 스타 카와이 레너드와 더마 드로잔의 트레이드 후폭풍으로 토론토 랩터스 구단이 몸살을 앓고 있다. 9시즌 동안 랩터스에서 뛰면서 올스타에 4번 올랐던 포워드 드로잔을 트레이드한 마사이 우지리 토론토 랩터스 사장이 드로잔에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했는 데, 그 이유는 드로잔에게 "너는 우리 팀에 아주 소중하기 때문에 너를 트레이드하지 않을 것"이라고 며칠 전에 말했다가 트레이드하는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이런 사과에도 불구하고 드로잔은 "토론토를 믿을 수 없다. NBA에서 더이상 충성심 따위는 없다"며 랩터스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내면서 "토론토와의 경기를 기다리겠다" 고 불타는 복수심을 드러냈다.

샌앤토니오 스퍼스의 레너드가 아무리 필요한 선수라도 토론토를 위해 '충성'한 드로잔을 쓰레기처럼 버린 우지리 사장은 선수와의 대화에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아무리 프로 스포츠가 비즈니스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프로선수라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은 당연하다.

드로잔처럼 업주로부터 하루아침에 제대로 된 이유나 통보 없이 해고당한 종업원들이 고용주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데, 업주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동법 세미나에서 고용주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역지사지', 즉 업주들이 종업원이었을 당시를 생각하라는 충고다. 왜냐하면 업주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이슈가 직원 해고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렵고 문제가 되는 이슈이고, 모든 노동법, 고용법 소송이 해고에서 시작해서 해고로 끝난다.



노동법, 고용법 현실을 잘 반영하고 유용한 영화 중 하나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이다. 2001년의 동명 소설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미 전국을 여행하면서 기업을 대신해서 종업원들을 해고 정리해주는 해고 전문가에 대한 영화이다. 한인 업주들에게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를 보면 종업원들을 해고하기 전에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많은 한인 고용주들이 평소에 잘 해줬는데 해고하고 나서 왜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평소 업주로부터 경고를 많이 받는 직원들보다 일을 잘했던 직원들의 소송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건 자신이 충성을 다해 일했는데 업주가 저지른 사소한 점 때문에 섭섭하고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심복의 배신을 보면 모두 사소한 이유로 발생한다.

오다 노부나가와 아케치 미츠히데, 시저와 브루투스, 박정희와 김재규의 경우 등 모두 예상치 못 한 배신의 예들이다. 물론 충성한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업주의 이유도 있겠지만 감정보다는 이성에 의해 비즈니스에 바탕을 둔 결정을 해야 한다.

지난 5-6월 대학 졸업시즌을 거쳐 지금 졸업생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해 수많은 회사들에 이력서를 보내고 수십, 수백 번에 걸쳐 인터뷰를 하면서 일희일비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또한 재학생들은 졸업 이후에 취업을 위해 여름방학 동안 인턴십이나 파트타임직에서 땀 흘리면서 갑질하는 업주들 밑에서 고생하는 계절도 여름이다.

필자도 27년 전 한국에서 삼성전자에 지원해 중역 인터뷰를 거쳐 합격했을 당시 감격과 22년 전 미국회사에서 사내 정치에 희생이 되어 재취업 자리도 못 찾고 해고됐던 기억이 생생하다. 취업 준비생을 인터뷰하고 고용하는 업주나 사회경험을 처음 겪는 직원들이나,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인간관계이고 또 어디까지가 비즈니스인지 구별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냉철하고 지혜롭게 첫 직장을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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