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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224년만의 최악? 정조 18년 더위먹은 백성 속출하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02 13:02

올해 폭염과 관련한 각종 기록이 깨지면서 '111년만의 폭염'이라는 얘기를 귀에 따가울 정도로 듣는다. 그런데 올해 날씨가 '111년만에 찾아온 가장 더운 날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11년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1907년) 이후 111년이라는 의미지, 실제로 더위가 111년만에 찾아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올해보다 더웠던 해는 111년 전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그렇다.

각종 역사책을 찾아봐도 한반도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폭염의 기록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기록적 폭염은 정조18년(1794년)이다. 그해 기온이 올해보다 더웠다면 이번 더위는 '224년만의 폭염'이 된다. 과학자들 주장대로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돼왔다면 한반도가 올해보다 무더웠던 기록은 역사를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안나올 수 있다.

한반도 살인폭염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방식의 기상관측은 1907년 10월 1일 시작됐다. 서울에 대한제국 농상공부 산하 관측소가 세워져 기관 차원의 공식적인 기온 측정이 시작된 지 111년째다. 기상청에서는 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1939년과 1942년에도 찜통더위 이어져

기상관측 이후 폭염경보가 발령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올해처럼 역사적인 폭염으로 기록됐던 시기는 1930~40년대가 처음으로 평가된다. 1939년은 폭염일수가 19.3일을 기록, 111년의 기상관측 역사상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942년 8월 1일에는 최초로 대구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섰다. 이 기록은 76년간 깨지지 않았다. 이후 1960~80년대까지는 1967년과 1977년이 더웠던 해로 기록돼 있지만 비교적 폭염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폭염이 극심했던 1939년 7월 23일 대한매일신보가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을 "더위가 또 살인(殺人)"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1994년 대폭염의 악몽

1994년은 한반도 폭염의 역사의 획을 그은 해였다. 그해 폭염일수는 22.8일에 달해 1900년 이래 폭염일수 1위를 기록했다. 당시 대구의 7월 월평균 기온이 30도(30.2도)를 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은 그해 7월 11일부터 31일까지 21일 연속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특히 1994년은 올해와 같이 7월 초에 장마가 끝나면서 시민들은 극심한 가뭄과 함께 더욱 힘든 더위를 견뎌야 했다.


한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 중앙일보가 무더위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대서특필했다. [중앙일보]

또 한 번 폭염의 역사를 갈아엎고 있는 2018년은 특히 초열대야 현상에 대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열대야, 30도 이상 경우를 초열대야라고 한다. 지난 1일 서울의 밤 기온이 30.3도를 기록하면서 초열대야를 기록했다. 한반도에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적은 있지만,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앞서 2003년 8월 8일 오전 강원도 강릉의 최저기온이 30.9도로 기록돼 첫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고, 지난 2018년 7월 23일 다시 강릉에서 31도가 기록된 바 있다.

조선 시대 때도 이어진 폭염과의 전쟁
한반도의 폭염은 비단 1900년대의 일만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역사만 들여다봐도 극심한 폭염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달래기 위한 각종 정책과 기록이 남아있다.

더위 먹은 자를 위하 척서단 4000정을 하사한다

정조 18년(서기 1794년)에는 폭염이 극심해 공역(供役)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더위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정조는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공역을 감독하고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일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며 ‘속이 타는 자의 가슴을 축여주고, 더위 먹은 자의 열을 식혀주는’ 약을 새롭게 처방해 무려 4000정을 조제한 뒤 화성지역 공역소에 하사하기도 했다. 이 약이 바로 더위를 먹었을 때 복용한다는 ‘척서단(滌暑丹)’이다.


 정조실록 40권, 정조 18년 6월 28일 4번째 기사.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더위로 숨질까 우려…죄수를 보방하라
조선왕조에서 더위에 죄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석방하는 일도 있었다. 성종 15년(서기 1484년) 성종은 혹서로 고통받는 죄수들이 많아지자 강력범죄자를 제외한 수감자들에 대한 석방을 명한다. 성종은 “이처럼 호된 더위에 가벼운 범죄로 갇혀 여러 날 동안 형문을 받다 억울하게 그 목숨을 잃는 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보방(保放·보석)토록 했다. 폭염으로 인해 경범죄를 저지른 죄인에 한해 일종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성종실록 168권, 성종 15년 7월 11일 을미 3번째 기사.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미래에는 ‘폭염의 일상화’
세계적으로 2003년 유럽을 휩쓸었던 더위는 ‘천년만의 대폭염’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이 폭염으로 7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이런 폭염이 수천 년의 주기가 아닌 수백 년의 주기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 영국 기상청 연구팀은 지난 2012년 연구를 통해 2003년 유럽의 대폭염이 127년마다 올 것으로 추정했다.



2003년 유럽 대폭염 당시의 기온 지도. 7~8월 동안 서유럽을 중심으로 연일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7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유엔 산하 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2040년에는 지구 기온 상승폭이 억제선인 1.5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는 보고서에서 온실가스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10년에 0.2도씩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총 0.85도, 10년에 0.06도씩 오른 데 비하면 기온 상승 속도가 3배 넘게 빨라지는 셈이다. 2040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여경훈 정보검색사 yeo.kyou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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