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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한의사들 분발하라

[LA중앙일보] 발행 2018/08/0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8/02 18:39

#.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은 '조선 3대 의서'로 불린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이름 그대로 우리 땅 한반도에 자생하는 향토 약재와 그것을 이용한 치료법을 집대성한 책이다. 세종 때인 1433년 출간됐다. 의방유취(醫方類聚)도 세종 때 편찬을 시작해 성종 때인 1477년에 세상에 나왔다. 중국 의서 200여종을 참고하고 고려~조선 초까지 우리 고유의 의학 성과를 모은, 현존 최대의 처방 서적으로 평가받는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임상 백과사전이다. 임진왜란 직후인 광해군 때(1613년) 간행됐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런 책들은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그 동안은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속속 한글로 번역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 반갑다. 지난 7월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의방유취 번역에 착수해 첫 책으로 총론편을 출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것이라 한다. 그 전인 5월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7년 간의 작업 끝에 향약집성방 85권 전부를 번역, 원문과 함께 온라인에 공개했다. 한의학고전DB(https://mediclassics.kr/)에 접속하면 동의보감 등 다른 전통 의학서 70여 종과 함께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 조선 선비들은 교양과 실용 차원에서 의서도 즐겨 읽었다. 선비라면 모름지기 백성들을 잘 살펴 이롭게 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었고 그러자면 당연히 몸과 병도 웬만큼 다스릴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인지 몰라도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마다 한의사 이상으로 맥 잘 짚고 침 잘 놓는 분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서양 의술이 보편화되면서 그런 전통은 단절되었다.

특히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이후 한의사 자격요건이 강화됨으로써 한방의료도 고도의 전문영역이 되었다. 2000년부터는 한의대 졸업 후 4년의 임상 수련을 더 요하는 8개 과목 한방전문의 제도까지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의서들만 해도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하며 경험적, 실증적 연구에 기반한 '과학적' 성과들이지만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서양 의학의 관점으로만 전통 의학을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고 비상식은 아니다. 내가 이해 못한다고 비과학인 것은 더욱 아니다. 지금처럼 서양 의학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전통의학이 수많은 사람을 살려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한의학에 대해 그렇게 쉽게 폄훼하거나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한의학계도 반성하고 분발할 필요는 있다. 과거엔 원전 몇 권 안 읽고도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전통 의서 수십 권은 쉬운 한글로도 얼마든지 찾아 읽을 수 있고 한의사 이상의 지식을 가질 수가 있다.

전통의학이라 해서 언제까지 옛날 방식만 붙들고 있어서도 미래가 없다. 서양 의학처럼 새로운 약재,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해 내놓을 때 한의도 '사람 살리는 의학'으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나 서구 의학계에서 오히려 동양 전통의학 연구가 날로 활발해지고 있음을 우리 한의학계는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2015년 중국 전통의학연구원의 당시 85세 투유유 교수는 중국 전통 약초 서적을 연구해 '개똥쑥'으로 불리는 풀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내 노벨의학상까지 받았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의학은 수천년 경험과 지혜로 축적된 민족 자산이다. 그 소중한 콘텐트들이 잇따라 한글로 번역됨으로써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것을 활용해 세계가 인정하는 새로운 '의학'으로 도약,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한의사(韓醫師)들의 몫이다. 이곳 미주에도 수많은 한의원이 있고 한의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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