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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한인 의류업체 고충 트럼프는 알까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국내에선 감세와 규제완화, 국제적으론 관세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이다. 트럼프에겐 운이 좋게도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다. 실업률 등 경제지표들이 이를 말해준다.

안타깝게도 한인 고용주들의 상당수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한때 한인 상권의 상징이었던 의류업계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잘나갔던 시절에 비해 순익이 준 것을 갖고 죽는 소리 한다고 빈정대는 소리도 있지만 일부 의류업체들은 그대로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인 의류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그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노동법 문제다.

원청업체 또는 '매뉴팩처러'라고 불리는 의류업체가 세일즈를 통해 소매업체의 주문을 받으면, 원단을 사서 하청업체인 봉제공장에 제공해 주고 봉제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면 매뉴팩처는 다시 그것을 소매업체로 넘긴다.



잘 알다시피 한인 사업주 중에 매뉴팩처로 금전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꽤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하청업체인 봉제공장 사업주들도 많은 돈을 벌었다.

의류업계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력은 최종 품목의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가난한 시절 한국도 이런 봉제업이 한때 잘나갔었던 거다. 많은 의류업체들이 중국, 베트남, 멕시코, 과테말라 등 해외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나가려는 시도가 계속돼 오는 것도 다 이런 맥락이다.

예전 한때 붐이었던 중국 역시 가난에서 벗어나고 정부에 시스템이 갖춰지고 임금도 인상되면서 이전의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20년 사이 캘리포니아의 노동법은 강화됐고 특히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찾는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 구조상 봉제업체는 노동법 위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법은 이런 봉제업체의 노동법 위반을 매뉴팩처에게 떠넘긴다.

캘리포니아주 뿐만 아니라 연방까지 봉제업체의 체불 임금을 원청업체인 매뉴팩처에게서 받아간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라스베이거스, 텍사스 등 타주에 봉제공장을 차리거나 그쪽의 봉제공장들과 거래를 하는 의류업체들도 늘어났다. 문제는 라스베이거스나 텍사스도 국내, 즉 연방노동부의 관할권이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서 벗어나도 연방노동법에선 벗어나지 못한다.

연방노동부의 감사에 걸려 들어간 의류업체들은 경험해 봤겠지만 자기들이 거래하는 봉제공장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그 공장들 중 타주에 있는 경우 운이 안좋으면 연방노동부가 거기까지 나가 조사를 벌인다. 타주의 봉제공장을 조사하다 또 다른 의류업체들이 걸려 들어간다. 계속해 수많은 봉제공장과 매뉴팩처들이 얽혀들어간다.

연방노동부의 감사에 걸리면 대형 소매 업체들을 거래처로 둔 의류업체들은 백기를 들게 된다. 잘잘못을 떠나 봉제공장은 문을 닫아버리고 거래처는 이미지 관리 때문에 조속한 결말을 지을 것을 압박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몇 만 달러씩의 체불임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아예 국내 생산을 접기로 결정했다는 한 의류업체 사장님. 모니터링이라고 해서 봉제공장들의 노동법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도 하면서 거기에 매년 수만 달러씩 돈을 쏟아부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울분을 토한다.

이렇게 해서 의류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떠나면 일이 줄어 들거나 없어지는 봉제공장에 고용된 수많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의류업체 역시 국내 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트럼프가 한인 의류업계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봉제업의 직원들은 대부분 히스패닉이기 때문에 그의 제조업 살리기에선 빠져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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