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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채찍질

요즘 언론에서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를 강조하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중단없는 적폐청산' 작업 때문에 사회 각 분야가 공황 상황에 빠진 대한민국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촉발·불법 이주자 단속으로 혼란에 처한 미국도 제대로 된 21세기 패러다임이 뭔지 헷갈리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총리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경제 불황에서 탈출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사회 전체가 '구야시깟따라 에라꾸나레'(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승자 독식 엘리트주의'가 만연, 대부분의 여성·사회적 약자가 기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무덤까지 돈을 갖고 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영어로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Shrouds have no pockets)라고 표현한다. 현재 삼성이 가진 천문학적인 보유금을 나눠주면 많은 사람에게 적지않은 돈이 주어진다는 정치인의 발언이 화제다. 재벌이 아무리 많은 물건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겨도 일반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돈을 풀어야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논리다.

알려진 대로 대한민국 최대 그룹 삼성의 오너이자 최고 부자는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처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아니다. 유년시절부터 부친인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사업 때문에 이사와 전학을 여러 차례 감수하며 죽마고우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삼성'이 아닌 계열사 '중앙일보'에 처음으로 취직했다. 언론계에서 첫 사회 경험을 한 것으로 이에 자극받은 한화 김승연 회장(경향신문)·현대 정주영 회장(문화일보)도 나중에 매스컴을 운영하기도 했다.



반세기 전에 언론사를 운영하던 이건희 회장은 최고의 대우와 근로조건을 약속하고 곳곳에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지닌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근무 조건만 따지는 직원을 보면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는 사람이 생활의 안락함과 금전적 여유까지 추구하고 싶다면 차라리 사업을 해야 한다."

즉 두 가지를 모두 바라면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었다. 또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야만 각종 유혹을 떨치고 중립적 입장에서 올바른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말이었다. 신세대 직장인이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상당수 직종에서도 옆 직원들이 동료라기보다 경쟁자라는 의식이 더 강해졌다. 물 좋은 출입처·업무·부서를 손에 넣기 위해 선후배·동료와 무한 경쟁에 돌입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문화가 확산되고 승자만 살아남는, '정글식 풍토'가 뿌리내리면 그 나라의 장래는 상당히 어두울 것이다. 비록 잘 살고, 잘 되길 바라는 것이 인간 본능이라지만 최소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는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좀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

100세 시대에 모두의 삶이 항상 평탄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비와 좌절 극복이 더 많을 것이다. 잘 생기고 힘이 세며, 학벌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젊은 시절보다는 건강 여부와 인생의 지혜를 따지는 노년이 더더욱 중요하다.

고스톱을 칠 때도 '일어나봐야 안다'는 말이 있고 스포츠 종목도 종반이 승부처다. '최후의 승자'란 말은 100m 단거리 우승자보다는 바로 인생의 후반전, 또는 연장전을 거머쥔 꾸준한 마라토너를 일컫는 말이다.

짧지않은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딴생각이 들 때마다 직원들의 나태함을 매섭게 경고한 이 회장의 말을 되새기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나 자신을 채찍질 한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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