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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기무사 사태와 노병들의 한숨

요즘 보도되고 있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방장관으로부터 기무사 수뇌부를 강타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본다. 군복에 대령 계급장을 단 부대장이 직속 상관인 대장 출신 국방장관과 맞서 국회에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가정에서 한솥 밥을 먹던 부자지간에 밥상머리에 앉아서 서로 말싸움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어쩌다 대한민국 국군이 이 지경이 됐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약 이것이 치열한 적과의 전투현장에서 벌어진 지휘부의 모습이라면 보나마나 백전백패였을 게 틀림이 없다.

군은 제복을 입고 계급장을 달고 집단적 행동을 하는 이유는 명령에 죽고 사는 상명하복의 군율을 생명처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부하는 참모기능이 있기에 조언을 하고 수정을 가할 수 있으며 설사 지휘관이 잘못을 했어도 떠받든다. 고로 지휘관의 결심과 명령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국군은 건국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반국가적인 공산군과 좌익분자들의 도전을 누르고 김일성이 일으킨 6·25 남침전쟁에서 조국을 방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조국 근대화의 권력기반이 되어 사회를 안정시킴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역군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에 비친 군은 기무사로 인해 명예가 땅에 떨어져 사기는 재기불능 상태다. 누구의 소행인지 한심스럽게도 2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세상에 공개되었고, 이를 지적하니 곧 바로 '2급비밀'이란 표식을 지우고 다시 공개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일개 시민단체에 연이어 국가안보에 중요한 군 내부기밀이 어떻게 손쉽게 민간에 넘어갈 수 있었는지, 이 엄청난 범법 사실에 기무사의 임무를 모르는 국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기무사는 건군 당시 G-2, 특별조사대, 특무부대, 방첩부대라 불리다 보안사령부, 기무사령부로 바뀌고 3군의 대공방첩 기관이 국방부 직할로 통합돼 오늘에 이르렀다. 6.25전쟁 중 북진 당시 기무사의 전신인 특무부대의 활동은 한국전사에도 기록될 만큼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늘 속에서 살다보니 어둡고 가려진 일도 없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세상은 이제 많이 달라졌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기무사는 먼저 자유 대한의 민주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기무사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불태워 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부는 얼마 전 확정한 국방 계획에서 12만 병력 단축과 일반병의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첨단 방어 무기마저 줄이는 65년 대치 중인 휴전상태에서 곧 평화체재로 가는 느낌이다. 아직 북한 비핵화가 어떻게 될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한편 북한군은 10년 (여군 7년)이 군사복무인데 대한민국은 그나마 21개월에서 18개월로 복무기간을 단축한다면 가히 숙련병과 비숙련병의 전투 능력을 셈하여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세상에선 이번 기무사 사태를 하극상의 표본이라 일컬으며 혹시 통수권의 채널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다. 통수권의 정점인 대통령은 강도높은 개혁을 선언하고 있지만 주무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듯 비겁한 모습이다. 게다가 휘하 단위 부대장은 전역을 앞두고 인생 70의 절반을 군에 복무했다면서 상관의 잘못을 폭로하는 듯한 모습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일찍이 듣도 보지도 못한 군의 추태에 조국 수호를 위해 몸을 던진 노병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육군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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