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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광야의 리더십

김완신 편집국 부국장

오래전에 관광 가이드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관광객들과 함께 하면서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여행 기간 내내 관광객들을 인솔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여행 중의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잠시만 가이드 업무에 소홀하거나 방심해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지시를 제대로 따라 주지 않으면 어디에 하소연 할 때도 없고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1박2일에서 길어야 1주일 정도 40명 남짓 관광객들의 리더가 되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이드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적절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지만 성경의 모세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구약의 모세는 아훼 신의 명령을 받아 이집트 토목공사에 노예로 간 히브리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위대한 지도자다.



당시 모세의 지휘로 이집트를 떠났던 히브리인이 성인 남자만 60만명이었다니 여자와 아이를 합치면 수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동 인구의 규모도 컸지만 엑소더스에는 수많은 역경이 있었다. 바다가 갈라져 홍해를 건넜지만 가나안 땅으로 바로 들어갈 수가 없어 광야에서 40년을 기다려야만 했다.

'2박3일'간 '40명'을 인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수십년'에 걸쳐 '수백만명'을 인도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운 장정이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고 가나안 땅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모세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세의 리더십에는 '희망'과 '자부심'이 있다. 모세를 따라 나섰던 사람들은 힘들어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로 간다는 희망에 고통을 견뎠다. 또한 모세가 히브리인들에게 심어준 야훼가 그들을 '선택'했다는 선민으로서의 자부심은 고난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한국과 미국는 지금 심각한 리더십의 부재를 겪고 있다. 건국이래 실시된 역대 직선제 대선에서 2등과 가장 큰 표차이로 당선됐던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로부터 7.4%라는 최하위의 지지율을 얻고 있을 뿐이다.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9.11직후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70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리더십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만과 독선은 일시적으로 민중 앞에 군림할 수는 있지만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지는 못한다. 경기에서 감독의 지도력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지만 국가 경영에서 대통령의 지도력은 국민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한국에서는 연일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나라는 촛불을 든 자와 촛불을 들지 않은 자로 이분돼 있고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 한편은 촛불이 세상을 밝힐 것이라고 외치고 다른 한편은 촛불이 세상을 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고유가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 불황은 행정부의 말기의 레임덕 현상과 겹쳐 리더십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통령학 저술가 도리스 컨스 굿윈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의 조건'에서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는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강력한 권력'의 표상이었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협력과 이해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천년 전 척박한 광야에서 외쳤던 '희망'과 '자부심'의 리더십은 지금도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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