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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여름 반찬 '오이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방문하는 교회의 주일 예배에 갔었다. 올 여름이 끝날 때까지 남편이 그 곳에 있어서다. 교회 광고 끝에 친교부에서 오이지 판매를 한다고 했다. 자동차로 우리 집에서 네 다섯 시간 거리다. 농장이 있을 만한 곳도 없는데 오이를 좀 싸게 사서 친교부원들이 오이지를 담근 것 같았다.

봉지당 5불, 오이지 열 개였다. 집에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남편과 전화 중 반찬 이야길 했다. 그곳은 더워서인지 옛날에 싫어하던 무친 오이지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지만 그저 추억의 오이지라 냉장고에서 찾아내 한쪽을 잘라 맛을 보았다.소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쓴맛이 날 정도로 짠맛이었다. 당장 먹을 수는 없고 하루를 족히 물에 담가 짠맛 우려내고 꼭꼭 짰다. 설탕 먼저 넣고 마늘, 파, 약간의 고춧가루,참기름, 참깨 넣고 무쳤다.

더운 여름 엄마의 밥상이 기억난다. 어려서부터 먹었던 한국의 50~60년 전의 반찬. 결혼 후엔 한번도 오이지를 담그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무친 오이지도 입맛 없어진 요즈음 식탁엔 새로운 맛이었다. 인간은 나이 들면 회귀 본능이 있다더니 맞는 말이다 생각이 들었다.

올캐언니가 오지 항아리에 오이 넣고 팔팔 끓인 소금물 부을 때 엄마는 "다 익을텐데" 하고 걱정했었다. 올캐언니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리해야 오이지가 아삭아삭 하다고 했다.



며칠 전 나도 오이 1불어치 사다 오이지를 담갔다. 엄마 잘 하시던 여름 밥상에 올리던 오이지 식초냉국도 생각나 나도 그리 해 보았다. 오이지 썰어 시원한 물 넣고 식초 타고, 파란 파 송송 썰어 넣고…. 햇볕에 검게 탄 엄마 얼굴이 생각났다.

여름철 오이지는 옛 한국 주부들의 지혜였다. 여름철 노동에 땀 흘린 몸에 염분 보충시키는데는 오이지 반찬이 제격이다. 여름 반찬으로 오이지를 밥상에 올리던 옛 주부님들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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