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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커뮤니티…타이 타운] 깊은 불심으로 세운 최초 해외 타운

LA폭동 계기로 타이계 결집
1999년 세계 첫 '타이타운' 승인

'불교 정체성' 마케팅 활용
'반인반마' 등 전통물 곳곳에
4월 설날행사 40만 명 방문
식당 손님 70%가 타인종들


천장에 걸린 연등, 나무로 만든 제기들, 한 켠에 놓인 향로와 촛대. 몸을 돌리자 가지런히 진열된 금빛의 소형 불상들 뒤로 작은 코끼리 조각상이 보인다.

LA의 할리우드 불러바드와 세라노 애비뉴 인근 '실롬 수퍼마켓(Silom Supermarket)'에서는 여느 마켓에 없는 특별한 것들을 판다. 실롬 수퍼마켓 손타냐 와나 매니저는 "흰 코끼리는 태국의 대표 상징물"이라며 "집에 작은 사당을 두고 제사를 지내는 가족들이 많다. 우리도 전통을 중요시하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 부인이 석가모니를 낳기 전, 태몽으로 여섯 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의 꿈을 꾸었다는 전설로부터 시작된 나라, 태국(타이·Thai).



북적거리는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에서 동쪽으로 차 타고 10분 남짓. 지하철 할리우드/웨스턴역 주변, 작은 사인에 적힌 글자가 새 구역의 시작을 알린다. '타이타운(Thai Town)'이다. 동-서로는 웨스턴과 노먼디 애비뉴, 남-북으로는 할리우드와 선셋 불러바드까지 이 6블록의 단출한 공간에서 3만여 명의 타이 이민자들이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다.

타이계의 이민 물결은 1950년대 시작됐다. 1992년 LA폭동 이후 커뮤니티 결집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타운 조성이 추진됐다. 1994년 비영리단체 타이커뮤니티개발센터(TCDC)를 설립해 1999년 10월 27일 LA시로부터 세계 최초로 '타이타운'을 승인받았다.

타운에 들어서면 불교 전통 신화에 나오는 상반신은 여인, 하반신은 사자인 '압손시(Apsonsi)'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타이 인구의 96%가 불교도다. 특히 타이에서는 남성의 경우 '군필'이 아닌 '불필'. 일생에 한 번,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는 '단기 출가'는 성인식을 대신한다. 불교는 곧 타이의 정체성인 셈이다. 지난 2000년 TCDC는 타이타운 내 이러한 '불심'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TCDC 샹샤니트 마토렐 대표는 "타이타운 초창기, 지역재개발국(CRA)과 함께 길 한복판에 불교 사당도 세웠다"며 "지난 2013년 4월에는 길거리 가로등 위에 압손시와 함께 '키네라(Kinarra·반인반마)'와 같은 타이 전통 신화 인물 동상을 설치하는 '키네라 가로등 프로젝트(Kinarra Lampost Project)'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LA소방국(LAFD)에 따르면 올해 4월 22일 타이타운에서 열린 13회 '송크란(Songkran)' 축제에 무려 40만 명이 찾았다. LA에 사는 10명 중 1명은 다녀간 셈이다. 송크란은 매년 4월마다 개최되는 타이의 설날 행사다. 이날만 되면 타이타운 곳곳에서 물총 세례가 이어진다.

마토렐 대표는 "송크란 축제는 새해 맞이 축제이자, 세계적인 물 축제로 꼽힌다"면서 "80여 명의 승려들이 시주하는 이색 풍경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제에는 250여 개의 타이 전통 음식, 의류, 장식품 등을 파는 부스가 열리고, 타이 전통 격투기인 '무에타이' 공연과 미스 타이 타운 선발대회도 진행된다.

현재 타이타운에는 식당, 마사지숍, 무에타이 도장 등 60여 개의 다양한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인기 타이음식점 '루엔 페어(Ruen Pair)'의 하루 손님 중 70% 이상이 타인종이다.

나타폰 실리라삿 종업원은 "타인종 손님들이 오면 카메라부터 꺼낸다. 보시다시피 우리 가게는 태국 현지 분위기를 많이 담고 있다.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타인종 가득한 식당내 소품은 '타이' 그 자체다. 카운터에 놓인 작은 불상과 함께 한쪽 벽면에는 타이국기와 현 타이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사진이 걸려있다.

마토렐 대표는 "비록 작은 커뮤니티지만 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이민자들이 지금의 타이타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4면>


장수아 인턴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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