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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리 기고] 위안부 제도와 흑인 노예제도의 공통점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09 06:49

레이첼 리
아메리칸대학 반인종주의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워싱턴 D.C.에서 인종주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인으로서 나는 일제의 종군 위안부 제도와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의 깊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인종격리 제도에 저항하기 위해 백인 승객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던 로사 파크스 여사의 모습이다.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는 두 장의 사진은 평화적이면서도 강력한 시위와 저항, 그리고 변화를 위한 외침을 상징한다.

미국의 역사에서 흑인들은 믿기 어려울만큼 아픔을 겪어왔다. 한인들은 일제가 우리의 여성들을 겁탈하고 고문하고 살해했던 아픔을 떠올려보면 흑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종군 성노예 동원과 아프리카인들의 노예화는 민족과 성(gender)을 대상으로 한 국가 제도적 착취였다.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1250만여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려왔고, 이중 26%는 아동들이었다. 흑인의 몸은 가축처럼 거래되었고, 백인 소유주들은 오로지 생산과 번식의 수단으로서만 피부가 검은 인간의 존재를 인정했다.

위안부의 몸 역시 군수물자처럼 동원, 운송되었고,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착취를 위해 일본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목화산업이 번창할수록 노예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욱 심하게 착취되었고,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많은 소녀들이 성폭행 당했다. 흑인 노예들은 백인 주인의 인종적 우월감과 국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가족들로부터 분리되고, 두들겨 맞고 성폭행 당했으며, 백인 노예소유주의 이득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빼앗겼다. 이렇게 아프리카 노예들의 노동력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끔찍한 경험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던 1990년대 이후로 일본 정부와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입맛대로 다시 쓰는데 매진했다. 그들은 일본군과 일본인들을 전쟁의 피해자로 프레임을 전환했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허구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수치스런 잔혹행위를 교과서에서 지우기에 바빴다. 이같은 역사 수정과 미화는 미국 역사의 서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레더릭 더글라스가 노예로서의 삶에 대해 회고했을 때, 백인들은 노예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주인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예제도에 저항했던 노예들을 배은망덕한 배신자들이라고 몰아부치기도 했다.

문제는 일본과 미국의 백인 인종주의자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끔찍한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시장은 최근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이 “군사 기강 유지를 위해 필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1세대 사학자들 역시 노예제도가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었다며 일종의 필요악을 주장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인간을 노예삼고 성폭행하는 일이 정당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아프리카 노예의 후손들에게 이같은 끔찍한 경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인종주의는 지금도 고통스런 현실이다. 노예제도는 지금도 흑인 대량 투옥사태라는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흑인들의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억압의 사슬에서 풀어주지 않고 있다. 화해를 향한 용서와 진전을 위해서는 돈과 권력보다 더 가치있는 ‘공감’이 필요하다. 억압받는 사람들은 장소와 시대를 불문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은 “저마다 자신의 아픔과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뼈저리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책을 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는 책을 통해서 나를 가장 괴롭히던 것이 바로 나를 다른 사람들과 또 이 세상을 살았었던 모든 이들과의 연결고리가 된 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우리의 고통은 저마다 다른 모습일지라도,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함께 싸울 수 있다.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은 절대 갖지 못할 연대를 우리는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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