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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문학칼럼: What's your favorite hobby?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10 10:10

내 취미는 여행과 등산이다.
삶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활력을 얻는 데는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 텍사스 평원에 온 후 등산 대신 골프를 즐기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여전히 여행이다.

세계 여행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은 70년대 초반에 출간된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읽고 나서부터다. 우리나라 해외여행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교수님은 TV에 나와 재미있는 여행담을 많이 소개해주었다.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아왔지만, 다른 길을 걸었다면 지리나 국사 교사가 되었을 거라고 말할 만큼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나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 잘 외웠고 이해도 빨랐다. 요즘 같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없었지만,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남산에 있는 국립도서관에 방문해 세계 백과사전이나 관련 도서를 빌려보며 궁금증을 채우곤 했다.

첫 여행지는 영국의 수도 런던이었다. 1982년 7월부터 두 달 반 동안 LNG 관련 기술 연수를 받았던 곳이다. 런던 시내는 물론 요크셔지방 북부까지 교외의 유적지들을 찾아다니면서 신사의 나라 대영제국의 흥망성쇠를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도 2주간 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도 여행할 수 있었다. 귀국 전에 특별 휴가를 얻어서 유로 특급 열차를 타고 스위스로 가서 눈 덮인 알프스 융프라우와 프랑스쪽 몽블랑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세계여행은 동서 문명의 교역로인 실크로드 문화 탐방을 포함하여 오대양 육대주 50여 개국에 이른다. 반 정도는 LNG 관련 기술협의나 각종 콘퍼런스와 전시회 참석 등으로 출장 갈 기회가 많아 운 좋게 여행을 한 것이다. 출장지에 가면 주말을 이용해 주변의 유적지나 자연문화유산 등을 둘러보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및 다양한 먹거리를 체험하는 행운도 덤으로 누렸다.
은퇴 후에도 시간 나는 대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서재에 걸려있는 세계지도에는 지금까지 여행했던 나라와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는데, 동유럽 서유럽은 물론 북유럽까지 여행했다. 그리고 이태리 로마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고 지중해 연안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및 그리스 5개국에 있는 기독교 성지를 순례했던 때의 깊은 감동은 잊히지 않는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그중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이나 케냐의 마사이 마라 사파리 등은 버킷리스트 속에 남아있다.
지난 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는데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된다”는 말이 가슴으로 와 닿았다.
지금 내가 몸담고 사는 미국 50개 주를 돌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한군데씩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주재원으로 왔을 때는 임기 3년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서둘러 두 번의 패키지여행으로 동부와 서부의 명소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헤아려보니 알래스카 및 하와이주를 시작으로 뉴잉글랜드 6개 주를 포함해 30개 주 가까이 여행했다. 미국은 가는 곳마다 기후와 특색이 달라서 그 지역의 특별한 경관과 역사를 알아보고 체험하는 즐거움이 크다.

휴스턴은 산이 없어 못 가지만, 한국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취미가 등산이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서울 근교의 산에 올랐다. 연휴 때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찾아 원정 등반도 했다. 가스공사 산악회에서 특별 산행으로 북한의 금강산과 백두산도 다녀왔다. 금강산은 속초에서 배를 타고 갔는데, 금강송이 울창한 숲을 지나 비룡폭포를 돌아본 후 말로만 듣던 만물상에 올랐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불상사로 인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아쉽다. 북한 안내원들과 만남이 어색했지만, 북한 서커스단의 묘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박력 있어서 어릴 때 보았던 '동춘 서커스'의 평범한 공연과는 차원이 달랐다.
요즘 백두산은 중국 연길로 비행기를 타고 편하게 간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속초에서 출발하여 밤새도록 배를 타고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도시인 자루비노항에 도착하여 중국 국경을 통과한 후 에어컨도 잘 안 나오는 낡은 버스로 온종일 달려 용정과 연길을 거쳐 이도백하에 도착했다. 백두산에 올라서 천지를 내려다보았을 때 소름 끼치는 전율과 경이로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병풍처럼 둘러친 봉우리들 아래로 옥빛 천지에서 피어오르던 물안개의 서기는 한민족 발상의 영산임이 분명했다. 백두산 천지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들 하는 데 정말로 장관이었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지만,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금강산 등산도 내금강에서 시작해서 비로봉에 오르고, 백두산 천지도 삼지연쪽으로 여유롭게 오르면서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풍광을 마음껏 다시 느껴보고 싶다.

"여행은, 낯선 곳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나의 체취 한 움큼을 떨어뜨리고 오는 일이다. 낯선 세상과 손을 잡는 일이다." 라고 했던 어느 여행작가의 글이 떠오른다. 공감한다. 내게 여행은 무엇일까? 지칠 때 한 병 마시면 반짝하고 원기가 솟던 박카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꿈에 마음이 설렌다. 세계지도에 빈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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