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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가슴에 불을 질러라

김석하 사회부 부장

지난 주 토요일 열린 '유로 2008' 8강전에서 러시아는 시종일관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우승 후보 네덜란드를 집어삼켰다. 혁명의 국가 러시아는 이날 그라운드에서 '6월 혁명'을 일궜다.

중심에는 히딩크가 있었다.

히딩크가 누구인가. 2002년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고 2006년 호주를 16강에 진출시켰던 '마법사'다.

그가 이번엔 느릿한 북극 곰 러시아를 날렵한 맹수로 조련했다.



솔직히 축구에서 감독 한명이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1명이 부단히 뛰면서 공을 차는 경기에서 벤치에 있는 감독이 이런저런 주문을 한다고 특별히 골을 넣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히딩크는 자기가 맡은 팀을 '야수'로 만드는 데 확실한 재주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선수들의 투지를 들끓게 하는 수사법을 꿰차고 있다.

히딩크는 이날 경기에 앞서 "나는 위대한 반역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러시아 선수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조국 네덜란드를 꺾어야만 하는 '역적'으로서의 비장감 어린 이 한마디는 러시아 선수들에게 '우린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다'로 들렸다. 팀은 똘똘 뭉쳤고 충성심은 타올랐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 올려놓고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한 말에 버금가는 명구였다.

'히딩크 리더십'이 회자된 적이 있다.

요약해 보면 ▷꿋꿋한 소신에 따른 일관성 ▷연고나 파벌이 없는 공정성 ▷기본 강조 ▷원칙과 규율 중시 ▷틀에 박힌 포메이션을 파괴하는 창의성 등이다.

요즘 한인사회는 새로운 단체장들의 취임이 잇따르고 있다.

LA한인회장과 상의회장 미주상공인총연회장이 바뀌었고 조만간 윌셔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의장도 탄생한다. 또 얼마 전엔 신임 LA총영사가 부임했고 한 대형 한인은행장도 취임했다.

이들의 목표는 다르지 않다.

내가 이끄는 단체를 승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목적이 봉사이든 권익보호이든 이익 창출이든.

리더는 우선 내 조직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 수 있다. 할 일을 알아야 조직이 갖춰야 할 기본을 다질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다보면 연고나 파벌이 끼여 들 소지가 없다.

축구로 말하면 여기까지가 16강 또는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기본 뼈대다.

그러나 4강.우승을 하려면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히딩크가 바로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소속원들에게 감동 다시 말하면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게 또 거대한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활활 타게 하는 것이다.

히딩크의 다른 말이다. "두려움을 느낄 땐 공격하고 또 공격해야 한다. 만약 뒤로 물러서면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는 짧고 간결하고 멋진 문장으로 팀이 나가야 할 목표를 확실히 제시한다. 그런 후 경기장에서 때론 양복을 벗어던지면서 소리치고 때론 팔짱을 끼고 입을 꾹 다문다. 때론 심판 면전에 침을 튀겨가며 거칠게 항의하고 때론 심판의 어깨를 감싸며 웃음을 보인다.

두 팔을 벌려 선수를 끌어안고 그 특유의 밑에서 위로 올려붙이는 어퍼컷 세리모니로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제 옛날 교장 선생님의 훈시 스타일 리더십은 설 곳이 없다. '잘해야 무승부'만 할 뿐이다.

리더들이여 따르는 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러시아와 스페인의 4강전은 내일(26일) 오전 11시4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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