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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단골메뉴 '수급연령 상향'…OECD 대부분 '67∼68세'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8/13 14:01

'보험료 인상·가입상한연령도 '공식'…국민연금, 오랜 논의 불구 무산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연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개편의견이 나오자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낸 돈 돌려주고 차라리 폐지하라"는 폐지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반발이 강하다. 특히 더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20∼30대의 불만이 크다.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하지만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은 세계 각국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할 때마다 거론하는 '단골메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에서도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7∼68세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등에 따르면 두 위원회는 4차 재정추계에서 기금고갈 시기가 애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방안을 내놨다.

현행 9%에 20년간 묶인 보험료율을 10.8%∼13%로 올리고, 의무가입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연금수령 나이는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

지금보다 보험료는 더 많이, 오랜 기간 내지만 연금은 더 늦게, 적게 받는 것이어서 겉으로 보면, 가입자에게 불리한 것처럼 비치는 게 사실이다.

◇ 보험료 인상·가입상한·수급연령 연장은 연금개혁의 공식

사실 이런 개선대책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세대 간, 세대 내 연대' 정신에 기초해 연금개편 논의를 할 때마다 공통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보고서나 정책현안자료를 통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이를테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12년 9월 '국민연금 장기재정 안정화 방안' 보고서에서 보험료율 인상,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인상+수급개시연령 조정' 등 세 가지를 국민연금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에서 재정 지속성, 세대 간 형평성, 급여의 적절성 측면을 종합 판단할 때 2025년까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9%로 올리고, 수급개시연령을 현행 만65세에서 만67세로 늦추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이번에 4차 재정계산 작업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한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도 2013년 3월에 '국민연금 지급 개시연령 상향 조정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국민연금 지급 개시연령을 68세로 높이고, 은퇴 후 연금수령 기간도 기대수명에 연동해서 깎는 방안을 내놨다.

한국금융연구원도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체계인 국민연금 기금이 마르지 않도록 자체 안정화 대책이 불가피하다면서 보험료를 올리고 수급개시 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와 국민연금'이란 보고서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2053년엔 연금재정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면서 2025년까지 보험료율을 12.9%로 높이고 67세로 수급연령을 미루는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안은 결국 국민연금 혜택과 부담을 세대별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더 많은 연금 혜택을 누리는 40~50대 기존 가입세대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연구원이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연금 수령시기 연장방안을 또다시 제안해 논란을 낳았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17년 2월에 '공사연금의 가입 및 지급연령의 국제비교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만 65세에서 만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 수급연령을 만65세에서 만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70세로 올렸거나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영국은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갈수록 늘어나는 기대여명의 변화를 고려해 연금 수급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0세에서 2020년까지 남성과 여성 모두 66세로 올리고, 다시 2026~2028년에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프랑스는 2010년과 2013년 연금개혁을 거쳐 연금 수급연령을 65세에서 2023년부터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아울러 현재 60세 미만으로 돼 있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도 연금수급 연령(만 65세)에 맞춰서 65세 미만으로 5년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5세 올라가는 수급개시연령에 맞춰서 단계적으로 가입상한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하자고 제시한 제도발전위원회 방안과 똑같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도 지난 4월 후생연금(한국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수급개시 기준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공적 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출산율 저하로 연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면서 공적 연금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고려해서다.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후세대는 젊은 시절 연금만 납부하고 노후에 제대로 된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보험료 인상' 국민 거부감에 번번이 무산…연금지급률·수급연령만 ↓

이런 냉엄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실제로 보험료의 경우 정부 차원의 인상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민적 거부감에 여야 정치권이 부담을 느낀 나머지 번번이 무산됐다.

1997년 정부 산하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내놨으나 반발여론에 밀려 스스로 포기했다. 2003년 1차 재정계산 때 15.90%까지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06년에는 12.9%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3차 재정계산 때인 2013년 7월에는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안과 현행대로 9%로 묶는 소수안의 복수 개편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최종적으로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 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지금까지 20년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와 소득수준은 상승했는데, 연금보험료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대신 정부는 수급자에게 줘야 할 연금지급액, 즉 소득대체율(평생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70%에서 60%(1997년)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40%(2028년)까지 낮추기로 했다. 월 100만원 소득자가 노후에 애초 연금으로 월 70만원을 받다가 60만원으로, 40만원으로 깎이는 셈이다.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가 막히자 정부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연금수령 나이도 늦췄다.

애초 퇴직 후에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60세로 설계됐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65세로 상향 조정되도록 바뀌었다.

구체적 수급개시 연령은 1952년생 이전은 60세지만, 이후 출생연도에 따라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등으로 1년씩 늘어나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부터 받게 돼 있다.

2018년 현재 연금수령 개시 나이는 62세다.

제도발전위원회는 이번에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65세로 수급연령조정이 마무리되고 나서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5년마다 1세씩, 2048년까지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입자들이 가장 불만을 많이 터뜨리는 부분이다.

이러다간 보험료만 내다가 결국 받지도 못하고 숨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생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제도발전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미래 노동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질 퇴직연령과의 괴리만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할 방안으로 노후소득보장 수단을 국민연금 단일체계 중심에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을 통한 다층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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