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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헝겊 걸릴 때 지나가시오"…광복 거사 도운 '독립군 나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13 19:30

일본 경찰 감시 유무 알려줬던 마을 느티나무 위풍당당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에 있는 독립군 나무.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 학산면에 가면 ‘독립군 나무’로 불리는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박계리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 나무는 수령 350년 이상, 높이는 20m에 달한다. 영동군이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 뿌리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뻗어 나와서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독립투사들의 안전을 지켜줬다는 데서 독립군 나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길목은 오래전 한양과 전라도를 이어주는 지름길이 있었다. 동쪽으로 경북 김천, 서쪽으로 충남 금산, 남으로 전북 무주, 북으로는 한양을 갈 수 있는 요충지였다.

이종백 학산면 부면장은 “박계리에는 국가의 공문서를 전달하고 관리의 운수를 돕는 역참(驛站)과 숙소 역할을 했던 원(院)이 있었고, 관리인도 20명이 살았다”며 “남부지방에서 한양으로 이동하는 독립투사들 역시 이 마을을 지났는데 이를 간파한 왜경이 잠복근무를 하며 검문을 하고 검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에 있는 독립군 나무. [사진 영동군]


마을 주민들은 일본 경찰의 감시를 알리기 위해 독립군 나무를 사용했다. 느티나무에 흰 헝겊을 달면 ‘왜경이 없음’, 흰 헝겊이 달리지 않으면 ‘왜경이 있으니 조심하시오’란 신호였다. 이 부면장은 “숲속에 숨어있던 독립군들이 느티나무에 걸린 헝겊을 보고 안전하게 길을 지나갔다”며 “일본인의 감시를 피해 전국 규모의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데 독립군 나무가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3·1운동 때에는 서울에서 남부지방으로 독립선언문을 전달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일제가 물러간 뒤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독립군 나무’ 또는 ‘독립투사 느티나무’로 부르고 있다.

영동군은 올해 2000만원을 들여 이 나무를 새롭게 정비했다. 나무 주변에 둘레석을 두르고 정자도 새로 지었다. 진상백 영동군 공원녹지팀장은 “수많은 애국지사의 넋이 깃든 독립군 나무는 영물이나 다름없다”며 “영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수호신 같은 독립군 나무를 지역의 상징물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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