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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광복은 맞고 해방은 틀리다

광복이라고도, 해방이라고도 했다. 1945년 8월 15일, 그날로부터 73년이 흘러갔다. 광복이란 단어의 뜻은 '빛을 되찾다'이고 광복절의 사전적 의미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강점으로부터 해방되어 나라와 주권을 되찾은 것에 대해 온 국민이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8·15가 광복은 맞지만 해방은 틀린 것 같다.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이 연합국에게 무조건 항복하여 그동안 점령했던 다른 나라의 모든 영토와 주권을 포기케 한 날이었으므로 피압박 민족에게는 분명 빛을 되찾은 날이었다. 이때 연합국들, 특히 미국과 소련이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에서 말한 대로 독립을 시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주었다면 우리 민족에게 그날은 광복만이 아니라 해방의 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군과 소련군은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남과 북을 38도선으로 분할했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948년 남과 북에는 각기 다른 두 개의 분단국가가 세워졌다. 이는 일제하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온 선열들의 뜻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쪽 정부 수립이 뭐 잘한 일이라고 그날을 건국절이나 독립기념일로 지내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 것은 역사를 정치적 편의주의로 보려는 단견 탓이다.

본래 민족이란 동일한 태생일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와 하나의 언어, 역사를 배경으로 형성된 운명 공동체로서 하나의 독립국가를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남과 북이 동족상잔의 전쟁도 모자라 아직도 서로 갈등과 대결을 이어가며 피차 외세의 눈치나 보고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해방된 민족의 독립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73주년을 맞아 진정한 광복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분단의 현실을 절감한다. 8·15는 해방의 날이 아니라 외세에 의한 분단의 날이었고 민족 내부에서 책동한 분열의 날이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광복은 통일을 통해서 독립된 민족국가가 될 때만이 성취된다는 목표에 돌아가야 한다. 통일의 날, 그 날이 바로 해방의 날이다.

지금 동북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곧 풀릴 것 같았던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핵물질 신고와 종전선언 중 무엇이 먼저냐로 지루한 기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 순항하던 남북관계마저 북미 관계에 연동돼 제자리걸음을 치던 중 9월 중 평양에서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

124년 전 여름,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시작됐던 한반도에서의 열강 간 주도권 다툼이 재현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입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며 한반도 평화를 말하지만 자국의 영향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러시아와 일본도 자국의 이익 확보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외세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자면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기업의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19세기 말 영국에서 마차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마차에서'붉은 깃발'을 흔들어 댔던 이른바 '붉은 깃발론'이 회자되고 있다.

모처럼 한국이 평화와 통일의 길에 들어서려 하는데 동맹국 내 일부 보수 세력들이 협력 대신 '붉은 깃발'을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보수 야당과 언론들은 북한산 석탄 문제로 냉전 수구 본색을 드러내며 발목을 건다. 꼭 73년 전처럼 우려되는, 외세에 의한 분단 고착화와 민족 내부의 분열 책동. 한반도가 진정한 광복의 길, 해방으로 가는 길목에 이들 '붉은 깃발'을 거두어들여야 마침내 민족이 산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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