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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재판부 '성범죄 처벌체계에 입법정책적 문제있어'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8/14 02:03

"위력행사 없지만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 처벌은 입법·정책 문제"
"입법부 통한 체계 정비 없는 이상 사법적 판단은 현행법으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우리나라 체계 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행 성범죄 처벌체계가 사회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입법·정책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문을 읽기에 앞서, 우리 법의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와 해외 체계의 차이점을 잠시 언급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는 폭행·협박을 사용해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더라도 위력·위계 등 행사로 인한 성적 침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업무상 위력 등을 행사한 성적 침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등으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안 전 지사)이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은 현재 우리 성폭력범죄 처벌체계 하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처럼 김씨가 업무상 상급자인 안 전 지사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적 없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으며 진정한 내심에는 반하는 상황이었음을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으로는 안 전 지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폭행·협박이나 위력 행사 같은 행위가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적 문제고,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성문화와 성인식의 변화가 수반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No Means No 룰', 혹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자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지 않은 경우에 성관계로 나아가면 처벌하는 'Yes Means Yes 룰'" 등을 도입할지 입법·정책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예를 들었다.

현행 성범죄 처벌체계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담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우리나라 법 테두리 바깥에 놓인 처벌체계까지 검토하는 적극성으로 안 전 지사의 처벌을 검토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성폭력 행위에 대한 기존의 처벌규정이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등의 비판에 경청할 측면이 있다"면서 사회에서 사용되는 '성폭력'의 의미와 형사법이 '성폭력 범죄'에 지우는 책임 사이에 "불합리한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합의로 구성된 입법부의 입법행위를 통해 성폭력 관련 처벌규정에 관한 체계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법적 판단은 현행법상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과 각종 증거법칙에 따른 사실인정 및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기초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법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hyo@yna.co.kr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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