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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주파수를 맞춰라

[LA중앙일보] 발행 2008/07/0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8/07/02 15:54

이종호 편집위원

미국에 온 지 8년이 되었지만 영어에 관한 한 별로 진척이 없다.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미국 친구도 사귀어 보았지만 여전히 들리는 소리만 들릴 뿐 모르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 때문에 덜떨어진 나의 언어 능력에 괴로워도 하고 요령 부득의 자신을 원망도 해 보지만 어떡하랴.

그런데 한번은 프랑스의 음성심리학자 토마티스(Alfred Tomatis)박사의 글을 접하고 위안을 받았다. 영어가 서툰 것이 나의 노력부족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어와 일본어는 125~1500 헤르츠의 동일한 주파수를 지니고 있다. 반면 영어의 주파수는 1500~5000 헤르츠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 완전히 주파수가 다른 영어를 제대로 듣는 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또 아기들은 모든 주파수 영역에 민감해서 어떤 외국어라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다섯 살이 넘으면 주파수가 고착되어 다른 외국어는 잘 들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나이 들어 미국 온 나같은 사람에겐 아무리 애를 써도 늘 치지직 잡음처럼 들리는 영어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주파수를 못 맞춰 고생하는 게 어디 영어 뿐일까. 문화권이 다른 아이와도 그렇고 한 이불 덮고 사는 부부끼리도 주파수를 맞추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다. 그러니 복잡한 관계들로 맺어진 직장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오죽하랴.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은 결국 소통이다. 나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오는 시그널에 정확히 채널을 고정시켜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춰야 하고 사업가는 고객의 행동과 의식 변화에 주파수를 맞춰야 성공을 한다.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에게 주파수를 잘 맞춰야 한다.

시그널을 보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말씀 재미있는 내용이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준비가 안됐다면 소용이 없다.

1938년 뉴저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CBS 라디오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드라마로 방송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화성인들이 침공한 줄로 알고 너도나도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드라마 속의 상황을 진짜인 것으로 오인해 일대 공황상태가 연출된 것이다.

나를 포함해 미디어 종사자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 수용자들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다. 소통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으며 수신자는 나의 메시지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매스미디어의 등장 이래 소통의 주도권은 언제나 수용자 편에 더 많이 있어 왔다.

수용자는 스스로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주파수를 맞춘다. 나의 영어 공부처럼 맞추고 싶어도 못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맞추기 싫어서 일부러 안 맞추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내 목소리만 강요한다면 결국 소통 불능의 늪에 빠지고 만다. 화성인 침공 소동처럼 그리고 지금 한국의 쇠고기 시국처럼 말이다.

7일이면 LA의 JBC 중앙방송이 공식 전파를 송출한지 꼭 1년이 된다. 하지만 그 뿌리는 1964년 중앙일보가 설립했던 동양방송에 닿아 있다.

옛날 동양방송의 성가는 진행자와 청취자 또 청취자와 청취자 간 공감의 주파수가 맞아 떨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간판을 내리긴 했지만 동양방송을 기억하는 한인들은 그것을 안다. 물론 지금 중앙 가족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개국 1년의 중앙방송이 어떤 방송보다 소통의 주파수 맞추기에 힘쓰고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AM 1230 중앙방송의 1년을 축하하며 더 큰 발전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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