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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폭도 2000명 무등산 도피"…전두환 측, 미국에 ‘가짜 정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0 08:04

전두환 신군부, 5·18 때 유언비어 ‘공작’
미국이 한국서 받은 문서 분석으로 드러나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 스틸컷. [중앙포토]


신군부, 미국에 “광주서 인민재판·처형” 허위 정보 보내
‘무장 폭도 2000명이 장기 항쟁을 위해 무등산으로 도피, 은거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미국 측에 이같은 정보를 퍼뜨렸다. 신군부는 또 “광주에서 시위대가 인민재판과 간첩 공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보도 흘렸다. 5·18 당시 ‘북한 개입설’을 주장함으로써 유혈 진압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당시 신군부가 미국 측에 퍼뜨린 이들 정보는 모두 허위였던 것으로 판명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측은 20일 미국 언론인 팀 셔록(67)이 기증한 5·18 관련 기밀문서를 분석해 “북한 개입설은 신군부가 광주 상황의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해 퍼뜨린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팀 셔록은 80년 5월 당시 미국 정부가 한국 측으로부터 입수한 5·18 관련 외교·국방·첩보·안보자료 중 기밀해제된 3530쪽 분량의 문서를 2016년 광주시에 전달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주한대사관과 정보기관 등을 통해 한국의 국방부와 군부 등으로부터 5·18과 관련한 정보들을 수집해 기밀문서로 보관했다.


20일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이 미국인 언론인 팀 셔록이 광주시에 기증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북한 개입설’은 신군부가 꾸민 일
5·18기록관 측은 지난 1월부터 팀 셔록이 기증한 5·18 관련 문서에 대한 번역·분석 작업을 해왔다. 80년 당시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이 주고받은 ‘체로키 문서’ 등 59개의 기밀문서에는 5·18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석에 따르면 문서들에는 전두환 신군부 측이 5·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왜곡하는 거짓 정보를 흘린 내용이 망라돼 있다. 미국 정부에 북한 개입과 무장 폭도 등 광주의 위험성을 강조함으로써 신군부 위상이나 폭력 진압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내용들이다. 이런 ‘5·18 당시 북한 개입설’은 90년대 이후 정부 각종 진상조사나 미국 CIA의 정보 분석 등을 통해 허위로 밝혀진 바 있다.

이중 ‘무장 폭도 2000명’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는 당시 신군부의 여론 조작 의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80년 6월 5일 미국 국방정보국에 보고된 해당 첩보에는 ‘광주 인근 산악지대로 1개 대대 규모의 무장 반란군이 도주했다. 전라남도 지역에서 약 2000명이 무기를 확보하고 무인지대로 들어간 것으로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만약 계엄령 해제와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 2000명이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끌려가는 광주시민. [중앙포토]

신군부 “독침사건·교도소 습격은 북한 간첩의 소행”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간첩이 광주에 침투해 독침사건이나 교도소 습격 등 공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80년 5월 29일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방정보국에 보낸 보고서에는 ‘간첩 광주 침투 시도와 일명 독침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한국 국방부 역시 5월 26일 보고서를 통해 ‘폭도들이 300여명의 좌경분자가 수감된 교도소를 공격했다’며 ‘이들이 지하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조종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2000명의 무장 폭도 첩보는 5·18 마지막 날인 5월 27일 도청 유혈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로 도청 진압 다음 날인 28일부터 ‘무장시위대를 잡는다’며 무등산을 훑는 수색 작전이 수일간 실행됐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측이 분석한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의 ‘미국 속이기’ 만천하 드러난 것”
신군부가 5·18을 북한과 연관된 것처럼 꾸민 자료를 미국 측에 전달하려고 애쓴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신군부는 ‘폭도들이 공격을 했음에도 계엄군은 한 발도 발포하지 않았다’는 등 왜곡된 보고서를 미 국방정보국에 보냈다. 심지어 신군부는 광주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5·18 당시 북한의 남침 가능성도 미국 쪽에 일부러 흘리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전두환의 철권통치를 용인했음을 알아낸 것도 이번 분석의 성과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타계 이후 한국이 제2의 베트남 등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신군부를 지원한 사실이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5·18기록관은 당시 미국 측이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54명 이상이 숨지는 등 광주의 상세한 상황까지 파악한 정황도 새롭게 밝혀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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