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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객실서 첫 도시락 상봉 … 이틀 만에 또 작별 준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1 08:12

“서울서 은하야 부를게” “네, 누나”
북측,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관심
"상봉이 도움되지 않겠냐” 묻기도


남북 이산 상봉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 에서 남측 최기호(83) 할아버지가 북측의 조카 최광옥(53)씨의 춤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금강산에서 만난 남과 북의 가족들은 개별(가족별) 상봉과 오찬, 단체 상봉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이날 오전 외금강 호텔 객실에서 가족 별로 개별상봉을 하고, 이어 객실로 배달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정을 나눴다. 오후에는 자리를 금강산호텔 연회장으로 옮겨 단체 상봉의 시간도 가졌다.

이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는 둘째 날 오전에 약 2시간 가량 개별상봉을 했지만, 식사는 대형 연회장에서 모든 가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오붓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남북 당국이 사전협의에서 개별 식사 일정을 포함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상시 상봉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동안 못한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들의 눈물은 이 날도 마르지 않았다. 첫 날에 비해 가족들은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기쁨과 흥분은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의 그리움을 몇 시간의 만남으로 보상받지 못했던 탓이다. 북측 남동생(김은하)을 만난 김혜자(75세) 할머니는 “아기 때 헤어져 73년 만에 만났는데 안 보내고 싶다. 사랑해요”라며 동생을 끌어안았다. 김 할머니가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하고 부를게”라고 하자, 남동생은 “그럼 제가 (북한에서) ‘네~’ 할게요”라고 하는 등 농담이었지만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배순희(82) 할머니는 “죽은 줄 알았는데 언니를 만났다. 옛날 추억을 얘기하고, 했던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누나(조혜도)와 함께 상봉장을 찾은 조도재(75) 할아버지는 북측 큰 누나에게 “내가 제일 마지막(막내)이니까…만나보고 싶었는데 다 돌아가셨어”라며 뒤늦은 상봉에 대한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이날 오전 북측 접대원들이 이산가족들에게 줄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건강 상의 문제로 상봉 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족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오전에 북측의 조카들을 만났던 강화자(90) 할머니는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 오후 단체 상봉을 포기했다. 북측의 두 딸인 김경실·경영 자매는 밝은 표정으로 기다렸지만 끝내 엄마(한신자·99)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들은 엄마 얼굴을 한 번 더 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한 할머니가 남쪽에서 낳은 딸 김경복(69) 씨가 뒤늦게 찾아와 “(엄마가) 피로가 쌓여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고 하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온 김달인(92)씨 역시 건강상태가 안 좋아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친지를 지척에 두고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이어지자 상봉장 주변에선 안타까운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이산가족들 간 친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은 다행이었다.

호텔 객실에서 개별적으로 식사하거나 마지막 날(3일째) 친지들의 얼굴만 ‘잠깐’보고 헤어져야 했던 이전과 달리 남북은 이산가족들이 점심을 함께 한 뒤 헤어지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또 22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작별 상봉 시간을 오전 10시로 당겨 한 시간 더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과 함께 식사를 한 뒤 기약없는 이별을 한다.

상봉장 안팎에선 이번 상봉 행사 참석자 중 90세 이상이 34명을 차지하는 등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벤트성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시키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행사 지원을 나온 북측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데 왜 그런거냐”며 “더 떨어질 것 같느냐. 흩어진(이산) 가족 상봉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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