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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시안 영화의 새로운 출발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8/21 20:43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개봉한 첫 주에 흥행 1위를 했으니 만족할 만하고 개봉일인 수요일 이후 5일간 흥행이 3400만 달러로 제작비 3000만 달러를 넘어섰으니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원작자와 감독, 배우가 모두 아시안인 영화를 메이저 영화사가 만들어 대규모로 개봉했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데 흥행까지 성공했으니 의미가 더욱 크다.

영화 한 편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시안 영화 한 편의 개봉과 흥행 성공이 아시안의 일상과 입지에 뭐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아시안 배우가 아시안의 삶을 연기한 메이저 영화가 나왔다며 연일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호들갑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그런 것이다. 문화는 워낙 맨 마지막에 온다. 발전에서도 경제나 정치, 군사보다 더디게 꽃핀다. 대신 한번 꽃피면 그 향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대중문화는 대중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안 영화가 한 해에 한 편 나오기도 어렵다면 대중이 아시안을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혹은 아시안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수용이 늦춰질 수도 있다.

영화사가 소수계 영화 제작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이라는 우려다.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흥행에 실패할 것이고 손해 볼 위험이 큰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 탓에 메이저 제작사의 아시안 영화가 25년 만에 나왔다. '크레이지…'의 흥행 성공이 영화 한 편의 성공 이상인 것은 아시안 영화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편이 성공했다고 아시안 영화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 '조이 럭 클럽'도 제작비 3배의 흥행을 올렸지만 이후 메이저 아시안 영화는 없었다. 이 기근을 '올 아메리칸 걸'(마가릿 조)과 '해롤드와 쿠마'(존 조) 시리즈 등으로 버텨냈다.

다행히 25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 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영화시장도 커졌다. 미국 내 아시안도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아시아 혹은 아시안의 존재감이 커졌고 대중의 인식과 수용도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안을 '우리'로 받아들이는 폭이 그사이 더 넓어졌다고 할까. 아시안 관객만으로는 불가능한 흥행 1위 성적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면에서 할리우드는 현실보다 느리다. 이제 할리우드도 실감했으니 25년 전과는 다른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크레이지…'에서 아시아 갑부들의 화려한 생활이 배경인 것도 25년 사이의 시대 변화와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비판도 있다. 서구화된 갑부라는 아시아의 극소수 계층만을 다뤘고 동남 아시아인은 하녀 등으로는 등장하는 편견이 보인다는 것이다. '조이 럭 클럽'도 이민자의 고민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호평에도 아시안 남자가 부정적으로 묘사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는 최근 질적으로 높은 성취를 보인 흑인 영화의 성과와 대비되는 면이 있다. '겟 아웃'은 흑인의 내재된 공포를 섬뜩하게 그렸고 '블랙 팬더'는 흥행대작의 틀 안에서 흑인의 역사를 반추했다.

'크레이지…'을 놓고 아시안의 시각에서 보면 할리우드를 비판할 요소가 있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편수가 늘어나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은 양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 흑인 영화처럼 질적 성취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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