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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대학 교수만 되면 나도 정말 행복할까?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3 15:02





“저는 정말 행복할 줄 알았어요.”

A대학의 교수가 말했습니다.
학창 시절, 그에게 세 가지 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먼저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5년 안에 박사 학위를 딸 것.
그 다음에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교수가 될 것.
마지막으로 대학 근처의 백인들이 사는 근사한 동네에다 집을 장만할 것.



“이 세 가지를 이루는 날, 저는 행복하리라 생각했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합니다.
네 시간 이상 잔 날이 없었답니다.
결국 5년 만에 박사가 되고,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교수가 되고,
학교 근처 백인들이 사는 동네에 멋진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마침내 그 집으로 이사했어요. 정말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허한 감정이 밀려오더군요. 거기에 행복은 없었습니다.”


마주 앉아 그 이야기를 듣다가 저는 ‘매화’가 떠올랐습니다.
창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겨우내 쌓인 눈은 녹지도 않았습니다.
눈은 발목까지 푹푹 잠깁니다.
그렇게 차가운 풍경이 우리네 삶의 풍경입니다.
삶은 늘 춥고, 수시로 고달프니까요.

그래서 그 눈을 뚫고 사람들은 떠납니다.



왜냐고요?
봄을 찾아서요.
매화를 찾아서 말입니다.

겨울의 끝,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내 인생의 힘겨운 겨울이 끝나고,
내 삶의 봄날이 시작됨을 알려줄 꽃.
그 찬란한 ‘터닝 포인트’를 찾아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산과 들을 뒤집니다.
물리적 공간뿐만 아닙니다.
시간까지 뒤집니다.
‘옛날에는 행복했던가, 미래에는 행복할 거야.’

그래도 매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뒤지고 또 뒤져도 없습니다.

대체 매화는 어디에 숨은 걸까요.
사람들은 이내 지칩니다.
결국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랬더니 웬일입니까.
내 집 뜰에 매화가 피어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매화가 말입니다.




다들 아는 이야기라고요?
아니요. 사실은 모르는 이야기일 걸요.
왜냐고요?
우리는 지금도 집을 떠나 눈 길을 헤치며 매화를 찾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행복을 찾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먼 곳’에 익숙합니다.
늘 ‘먼 곳’을 바라보고, ‘먼 곳’을 동경합니다.
‘님은 먼 곳에’란 노래도 있잖아요.

매화도 그렇게 멀리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말입니다.
숱한 예술가들이 먼 곳을 노래했습니다.
별들이 울어대는 고흐의 그림을 봐도,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읊조려도 그렇습니다.
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여기에는 없는 별, 그치만 먼 곳에는 있는 별.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좋은 동네로 이사를 하면 찾을 것만 같은 별.

여기서 우리가 빠트린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만약 달에 가서 보면 어떨까요.
화성에 가서, 목성에 가서, 아니면 더 먼 우주에 가서 보면 어떨까요. 그 ‘먼 곳’이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구가 그런 별입니다.
그토록 동경하던 별.
그토록 가고 싶던 별.
우리가 바로 그 별에 살고 있습니다.
그게 지구입니다.
당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나의 일상’입니다.



그러니 매화는 언제 필까요.
겨울의 끝자락, 아니면 봄의 초입에만 필까요.
아닙니다.
행복의 매화는 사시사철 피어납니다.
내 집 뜰 앞에 지금도 피어 있습니다.
고통의 순간, 슬픔의 순간, 절망의 순간에도 매화는 지지 않습니다.
쉬지 않고 피어납니다.

하루 네 시간씩 자며 공부하던 시절.
힘들고 고달팠던 순간들.
그곳에 과연 매화가 없었을까요.
아니면 내가 ‘내 곁의 매화’를 놓치고 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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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 vangogh@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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