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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北가족 훈장 자랑·체제선전에 南가족 '어색'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8/24 04:03

김일성 주석 만났던 일화 자랑한 北가족 "나는 일생 영광이야"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지성림 기자 = "우리 민족이 외세를 몰아내야지."

북쪽의 형 편찬규(88) 씨는 남쪽의 동생 편찬옥(76) 씨의 가족들 앞에서 외세를 몰아내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다.

수십 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형제는 얼굴의 주름살까지도 똑 닮았지만, 살아온 궤적은 너무나 달랐다.

꿈에도 그리웠을 형제이건만, 이들은 만나서 눈물로 안 흘렸고, 어색한 듯 서로 눈도 못 마주쳤다. 북쪽의 형은 동생에게 자랑하려고 챙겨온 훈장들을 테이블 위에 진열하기까지 했다.

형제의 어색함을 깨려는 듯 찬옥 씨의 딸 현숙 씨가 북쪽의 큰아버지를 향해 "하하. 네. 우리나라 좋은 나라죠"라고 말했지만, 분위기는 더 어색해졌다.

남쪽의 여동생들인 강두리(87)·강후남(79) 씨를 만나 감격하는 북쪽의 언니 강호례(89) 씨의 모습을 본 그의 딸 김순호 씨는 "오마니(어머니)가 당의 품속에서 오래 사시니까 할머니(남쪽 이모) 얼굴이라도 보잖아"라고 말했다.

또 강두리 씨가 "북에서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사느냐"라고 묻자 김씨는 "우리는 민족성을 살려서 항상 치마저고리를 입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남측 가족들이 어색한 웃음을 짓자 강두리 씨는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우리는 그냥 이런 거 입고 산다"고 웃었고, 남북의 가족들이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리며 분위기가 풀렸다.

북측의 성근제(73) 씨는 남측의 사촌 형제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기훈장, 군공메달 등 7개의 북한 훈장을 꺼내 보이며 "나는 나라(북한)를 위해 일을 많이 했다"고 뿌듯해했다.

남쪽의 사촌들은 성씨로부터 훈장을 받게 된 사연을 들으며 "이게 형님이 살아온 역사네. 잘 간직하셔야죠"라며 성씨의 기분을 맞췄다.

북쪽의 송창호(78) 씨도 남측의 사촌형 송종호(86) 씨에게 "형님, 건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북한에서 받은 훈장과 증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수학을 가르쳤다는 송씨가 남쪽의 가족들에게 자랑한 것은 국가건설공훈 훈장, 교수증, 박사증, 원사(박사보다 높은 학위)증 등이었다.

북측의 박완배(84) 씨가 지난달 열렸던 제5차 전국 노병대회에서 받은 표창장과 14개의 메달을 남측 가족들에게 보여주자 남쪽의 조카는 "아유, 상도 많이 받으셨어"라며 이모를 치켜세웠다.

북측의 오병삼(78) 씨는 남쪽의 누나와 조카들 앞에 북한에서 받은 많은 상장을 꺼내놨다.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 표창증 등을 보여주며 오씨는 "(누나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갖고 왔다"고 말했다.

박영희(85) 씨와 송유철(70) 씨, 오세철(86) 씨, 리장우(86) 씨를 비롯한 다른 북측 이산가족들도 남측 가족과 만나는 테이블 위에 자신들이 갖고 온 훈장들을 진열하며 북한에서 잘살았음을 과시했다.

북측 가족들의 이러한 북한 체제선전에 남측의 가족들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남측의 고모와 사촌 형제들을 만난 북측의 안세민(80) 씨는 자신이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났던 일화를 들려주며 "나는 일생 영광"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먼저 2013년 7월 1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김일성 주석의 김일성종합대학 건설현장 시찰(1957년 6월) 사진을 보여줬다.

1957년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었던 안씨는 "대학 건설현장에 김일성 원수님께서 나오셨다. 그때 나는 맨 뒤에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막 떠밀려 나가 원수님(김일성) 바로 앞에 섰어"라면서 해당 사진에 나온 19살 당시의 자신의 모습을 손으로 가리켰다. 안씨는 "김일성 원수님께서 '학생들 수고 많다. 나이 어린 학생 동무들 수고한다'고 말했어. 그러더니 나를 가리켰어. '학생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시길래 나는 '돌도 나르고 콘크리트도 만든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원수님께서 '참 용하다'고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yoon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성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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