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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한밤중 '이 빼기' 작전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08/24 18:26

조심스럽게 방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잠귀가 밝은 우리 부부가 동시에 "누구냐? 왜"라고 하니 12살 손자가 "할머니 이가 아파서 잠이 안 와요"라고 한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저녁 먹을 때 국에 말아 먹으면서도 턱을 만지고 다 먹지도 못하고 숟가락을 놓은 손자에게 왜 그만 먹느냐고 했더니 이가 너무 아파 밥을 못 먹겠단다.

"어떡하지?" 했더니 "할머니가 그냥 빼 주세요"라고 한다. 위 어금니가 문제였다.

할아버지와 둘이 불을 환하게 켜고 튼튼한 흰 실을 조심스럽게 이 둘레에 감고 천천히 잡아맸다. 살짝 잡아당기니 이가 빠졌다. 어금니라 걱정을 했는데 뿌리도 없고 쉽게 빠졌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부모도 모르게 조용한 한밤중 세 사람의 이 빼기 작전이 끝나고 손자가 편히 잠든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잠이 안 온다. 오래전 초등학교 교사 시절 저학년을 맡으면 이를 빼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 날 이가 아프다고 눈물을 찔끔거리는 아이를 보고 나와보라고 하니 겁을 내면서도 나온다. 이가 간드랑 간드랑 달려있어 혀가 닿을 때마다 너무 아픈가 보다.

"선생님이 우리집 아이들 세 명 이를 하나도 안 아프게 빼 주었거든 어때 선생님이 빼줄까?'

아이는 그렁그렁 눈물이 든 채 "네~"하고 답한다. 실을 꺼내 입을 크게 벌려보라고 하니 교실 전체 아이들이 '아~'하고 입을 벌린다. 웃음을 참으며 실을 감고 "어! 저기 창밖에 나비가 왔네" 하자 모두가 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탁하고 잡아채니 이가 실에 달랑 매달려 있다. 아이들이 '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이를 뺀 아이는 멀뚱멀뚱 쳐다본다.

그 이후 아이들은 이가 흔들리기만 하면 내게 안 아프게 빼 달라고 이를 보여준다. 아무튼 그해 우리 반 아이들의 이를 여러 명 빼 주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어간다. "손자 녀석 새 이도 튼튼하게 나오겠지' 생각하며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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