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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은 생존권의 문제"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ny.com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ny.com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8/28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8/08/27 17:07

한인 이민자 권익운동 좌담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체성의 문제로 확대"
가장 시급한 현안은 DACA 수혜자 구제

"정부 복지 프로그램 이용은 불가피한 현실"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연대'와 '참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한인사회에서도 이에 대응해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인 교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이민자보호교회(이하 이보교)'가 출범해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한인사회 대표적 이민자 권익운동 단체인 민권센터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는 지난 24일 본사 강당에서 이보교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원태 뉴욕우리교회 담임목사와 존 박 민권센터 사무총장,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인 김지수 민권센터 프로그램 어소시에이트를 초대해 현재 미국사회 내의 반이민 정서와 이에 대응하는 한인사회의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의 현황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의 성격과 내용이 크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 전의 활동은 연방의회 차원의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 통과와 주.로컬 차원에서 '드리머'의 권익 강화 활동 위주로 진행됐다"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는 반이민·인종차별 정서가 공공연하게 표출돼 이에 대한 대응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지금은 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이 정책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이민자 사회에 대한 공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DACA 수혜자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 박 사무총장의 시각이다. 그는 "DACA 수혜자 출신 국가 가운데 한국은 5~6번째를 차지하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다"며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DACA 폐지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후 올 3월까지 '유나이티드 위 드림', 뉴욕이민자연맹(NYIC) 등의 단체와 연대해 워싱턴DC와 올바니 방문을 포함해 16차례의 집회.시위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인한 차이가 좀더 근본적인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은 유색인종 이민자가 1%에 불과하던 1965년 이민법 제정 이전 시대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개혁에서 내걸고 있는 조건은 합법이민 절반 축소 등 이민자 사회에 큰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목사는 이어 "이는 이민자 권익옹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이며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에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 동안 이민문제를 방관하며 잠자고 있던 교회가 깨어나는 계기가 됐다. 한인 교회가 108개나 모여 힘을 합쳤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사회적 악에 대응할 수 있는 연대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일 처음 시작된 이보교에는 현재 108개 교회가 가입돼 있다. 이 중 '센터교회'로 분류된 12곳은 추방 위기에 몰려있는 불법체류자에게 예배당을 피난처로 제공하며, '후원교회'는 일시적 도움이 아니라 시스템과 법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탠다. 또 올해 출범한 '복지교회'는 이민자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5개 교회에서 몇 개월간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DACA 수혜자 구제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본인도 DACA 수혜자인 김 어소시에이트는 "DACA 관련 소송이 연방법원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인데 당장 좋은 기대는 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DC 법원이 신규 신청까지 허용하도록 DACA 완전 복원을 명령했다가 다시 행정부에 시간을 주도록 갱신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텍사스 연방법원에서는 곧 부정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폭스TV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DACA 수혜자에게 시민권 취득을 허용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등 여론은 우호적이지만 백악관이 이러한 이민개혁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복지 프로그램 수혜자의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을 저지하려는 등 합법 이민자에 대해서도 공격을 확대하는 것은 백인 주류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과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민자와 소수계의 영향을 축소시키려는 정치적 동기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 목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민자를 범법자나 심지어 동물로 간주하는 언행을 하는데, 이는 과거에 인디언들을 쫓아낼 때 하던 방식"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보교는 불복종운동을 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법을 고치는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공화당과 그 지지자들은 유권자 층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위기감을 표하고 있다"며 "최근 2020년 센서스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려는 시도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종적으로는 본인의 판단에 달려 있겠지만 복지 프로그램의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이 저소득 이민자의 현실이기 때문에 계속 복지 프로그램에 신청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또"정부의 이런 정책은 저소득 이민자들이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려는 전략이며 이민자의 시민권 취득을 억제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한인사회의 대응방안으로는 '연대'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와 관련, 김 어소시에이트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핵심 이슈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다양한 그룹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흑인단체 등 다른 인권단체에 비해 한인 단체들의 연대 참여 역사는 짧고 참여 인원이 적어 연대 내에서의 목소리도 작다"며 "한인들이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이슈에 선별적으로 참여하면 연대의 힘이 그만큼 약해진다"며 "핵심 이슈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연대해서 싸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보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사회에서 도전해 오는 악의 이슈와 싸워 나가는 과정에 동참해 같이 울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들에게 희망이 돼 주는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사무총장도 "민권센터가 하는 일 중에 중요한 하나는 이보교도 포함된 한인이민자네트워크(KIN)를 결성해 연대를 강화하고 정치적으로는 아시안 정치력 신장 연합단체인 APA VOICE를 이끌어 가는 등의 연대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는 최근 수십 년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연방·주·로컬 차원의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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