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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전직 대통령의 치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치매다. 본인의 인간적 존엄은 물론 가족들에겐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 가며 인내심과 재정까지 바닥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장애, 언어장애다. 방금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구사하는 어휘 수도 크게 줄어든다. 공격적인 행동이나 불안, 초조,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시공간 파악능력과 판단력이 무너지면서 일상생활도 할 수 없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의 형태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65~74세 인구의 3%, 75~84세의 19%, 85세 넘어서는 거의 50%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다고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죽기 10년 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사회적 작별을 고함으로써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 똑똑한 여성의 대명사였던 이태영 박사도 마지막 2년을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며 가족도 몰라봤다.

우리 현대사의 분탕질로 한국인의 공적(公敵)이 되다시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등으로 묘사해 죽은 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앞두었으나, 투병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면서 알려진 소식이다.



여론은 차갑다. 2013년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회고록까지 냈느냐며 재판에 나오지 않으려는 꼼수요 핑계라는 것이다. 치매가 사실이라면 그의 과거 행적을 들어 하늘이 무심치는 않구나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투병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작 본인으로선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 싫어하는 것일수록 세상은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그것이 역사다. 우리모두가 정신줄 놓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바르게, 떳떳하게 살아야 할 이유도 이것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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