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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국 보수언론의 '이간질'

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러운 화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가 않은 심각한 문제다. 언론의 위기 첫 번째는 외부적인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용자가 미처 못 따라갈 정도로 미디어의 발전과 분화가 가속도를 내면서 무엇보다도 종이신문이 제일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한국의 경우 1996년의 신문 정기 구독률이 69.3%로 10명 중 7명이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했는데 10년 뒤인 2006년에는 40%, 2014년에는 그 절반인 20.2%로 신문 독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어쩌다 아침 시간에 코리아타운에 올라갈 때면 마켓이나 음식점 신문가판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한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민사회에서의 신문은 고향의 소식과 향수를 전해주는 것은 물론 이민사회의 각종 정보의 길잡이로 너무나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매체다. 그래서 이민사회에서 신문과 독자는 공생, 공존의 관계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그런 풍경이 많이 줄어들었다. 신문에 글이 나간 뒤 독자들의 찬반 반응도 그전만 못하다. 이민사회에서 한글세대의 고령화와 함께 신문 독자들이 핸드폰 등 모바일 기기와 PC 등으로 빠르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보야 그렇다 치지만 사람은 글자를 읽을 때 생각도 하고 여유도 갖기 마련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 위기의 두 번째는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나친 생존 방식의 하나로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Fake News)가 횡행하고 있다. 정의를 세우고 밝은 사회를 만들려는 대신 근거 없이 갈등을 조장하고 모함하는 흉물스러운 모습은 스스로 언론의 위기를 자초한 결과물이다. 이는 종이신문에서보다도 유튜브 같은 신종 언론에서 더욱 무책임하게 활개를 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언론은 태생적인 고질병을 갖고 있다. 보수의 대변지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거대 두 신문사는 일제 강점기에 출발해 간혹 민족정신을 고취시킨 역할도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는 사주들이 친일 부역에 열중했던 행각과 그 신문에 실렸던 차마 얼굴 뜨거운 친일 논조를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강점기인 1936년 1월 한 신문의 신년사에는 "우리는 대일본 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쓴 글이 있는가 하면 만주를 침략한 일본군에 대해 '아군의 승승장구'라는 표현마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다.

그러한 과거의 친일 신문들이 오늘은 친미의 입이 되어 '거침없이 하이킥'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밀반입한 업체들을 한국 정부가 파악하고서도 은폐했다고 마치 자기네가 유엔 조사단이나 된 듯 보도를 치더니 이번에는 미국의 양해를 받아 개성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해 체류하는 우리 인원이 사용할 물자를 반입한 것을 두고도 유엔 안보리의 금수품목인 석유와 경유 80톤을 북한에 보냈다고 가짜뉴스를 마구 쏟아냈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언론이라면 다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냉전세력들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주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보수 신문은 '미국 편에 설 것인가, 북한 편에 설 것인가?'라는 칼럼을 싣고는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어느 진영의 깃발 아래 설 것인가?'를 다그치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반시대적, 반민족적 궤변을 늘어놓다니. 일본의 강점기 이래 젖어온 사대 망상으로 우리의 일을 남의 나라에 고자질하고 이간질하는 고질병은 도져도 한참을 도졌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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