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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역사를 쓴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팰팍 만들고 싶다" 권혁만 팰팍한인유권자협회 회장

[창간 44주년 기획]
타운 인구 절반이 한인인데도 무시 당해
1000명 유권자 힘 모아 권익 신장 노력
압력과 방해 굴하지 않고 정치력 키운다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팰팍)는 뉴욕시 메트로 지역에서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이다. 한국 행정구역 단위로 말하면 '동' 정도 되는 자치단체로 타운 전체 인구 중에 절반 정도인 1만 여명 정도가 한인이다. 2010년 센서스 기준으로는 전체 인구 1만9622명 중 한인이 1만115명(51.5%)으로 미 전국에서 한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지역이다. 뉴저지에서 2위는 레오니아(26.5%), 3위 리지필드(25.7%), 4위 포트리(23.5%), 5위는 클로스터(21.2%)다.

뉴저지주의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인 팰팍에 한인들이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다. 이 때부터 타운 곳곳에서 한인들의 주택 매입이 본격화됐고, 브로드애비뉴를 중심으로 하는 상가들에 속속 한인 업주들이 자리를 잡았다. 빈집이 듬성듬성 보이며 죽어가던 타운이 활기 있는 타운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는 팰팍이 한인들로 인해 크게 발전한 시기였다. 그러나 한인 인구가 늘고 상가의 상당수 업주가 한인들로 바뀌면서 시정부와 한인 커뮤니티와의 감정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시위와 법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2010년을 지나면서 팰팍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자리잡았으나 팰팍 정치권에서의 한인 영향력은 여전히 미약했다.

이런 와중에 한인들의 정치력 향상과 차세대 정치인 양성을 위해 본격적인 정치그룹이 탄생했는데 바로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다. 지난 2016년 창립돼 현재 1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유권자협의회 권혁만 회장은 단체가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팰팍에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인구나 타운 재정에서 주류인 한인들이 타운 정치와 행정 등에서는 소외되고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권 회장은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동력은 타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인들이 힘을 합쳐 각종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 한인들의 입장을 지키고 지지할 수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유권자협의회 활동이 순항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한인들이 물 밑에서 조용히 유권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운동을 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여기 저기서 압력과 방해가 들어왔다.

"타운 거리 축제 때 타운홀 앞에서 유권자 등록캠페인을 하겠다고 신청하면 허가를 해주지 않은 일도 있고, 심지어는 이웃에서의 신고를 이유로 불법이니, 소음이 시끄럽다니 하면서 조사를 나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권 회장은 이런 어려움을 현재 미국 최대 민권단체 중 하나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캘리포니아주 LA지부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의 도움으로 이겨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체가 나가야 할 방향이 올바르고 활동이 활발해지자 한인 주민들의 호응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한인 유권자를 결집하는 운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 번 행사를 할 때 50명, 100명씩 무더기로 회원들이 가입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물론 현재 팰팍에 사는 한인 유권자 수 3700명 중 1000명 정도만 가입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만 가지고도 지난 6월에 지역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에서 한인 크리스 정 후보를 당선시키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민주당은 그 동안 당내 실력자가 후보를 정하면 그대로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타운이 설립된 지 무려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당내 경선을 거쳐 한인 후보가 당선되는 역사적인 일이 생긴 겁니다."

그러나 유권자협의회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올 11월 선거에서 크리스 정 후보의 시장 당선은 물론 시의원 2명도 정치적 이익이 아닌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 권 회장의 생각이다. 유권자협의회는 이러한 현실 정치와 함께 풀뿌리 정치 단계에서부터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도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교육위원에 나오실 실력과 명망을 가진 한인 후보 서너 분이 계신데 다들 능력과 자질이 뛰어나고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분들"이라며 "이런 분들을 후원해서 먼저 교육위원에 당선되게 한 뒤에 시의원, 시장 등을 거쳐 그 이상 레벨의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회장은 유권자협의회의 활동이 어느 누구와 대립·충돌하고, 한인들만이 집단 이기주의, 소수 실력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팰팍에 살고 있는 주민들 모두가 정당하고 민주적인 대우를 받고 후세에 공정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한인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단체의 활동 목표 중 가장 큰 부분이 유권자등록 캠페인, 각종 선거의 홍보와 참여, 차세대 한인 정치인 양성과 후원 등 세 가지입니다. 우리는 결코 인종적 충돌이나 배타적 이익 추구가 아닌 너도 나도 살고 싶어하는 팰팍 타운을 만들고 싶은 일념하에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권 회장이 대가 없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런 활동을 하는 배경에는 종교적인 헌신으로 단련된 그의 인생 역정이 크게 작용을 하고 있다.

한국의 충북 단양에서 출생한 권 회장은 30대 중반 아르헨티나를 거쳐 1999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의류사업과 부동산 사업을 했던 그는 테너플라이에 살다 지난 9년 전 팰팍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권 회장은 살면서 현재까지 60여 년 가까이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성당과 요양원, 병원 등 사회복지 단체에서 열정적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권 회장은 "외아들이 여느 젊은이와 달리 돈과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유권자협의회를 결성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속내를 바로 아들이 걷고 있는 길로 설명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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