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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배려'한다는 것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살아가면서 좌우명이나 지표를 삼을 만한 좋은 말들이 많다. 용기 사랑 도전 신념 자비 성실 봉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런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 후대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수 만큼이나 많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생애에 추구해야 할 긍정적인 목표를 축약한 말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각이 주는 느낌은 다르다.

'용기'나 '도전'은 강렬하면서도 투쟁적인 어감을 준다. 반면 '사랑'이나 '자비'는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 막연하게 느껴져 구체성이 덜하다. 전자는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어휘 같고 후자는 철저한 자기 헌신을 각오한 사람들의 덕목처럼 생각된다.

이런 단어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배려'라는 말이 있다. 배려는 말 그대로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을 뜻한다. 또한 배려는 도와주고 보살펴 주고 마음을 쓰는 대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일 때 더욱 가치가 있다.



'배려'가 친숙하게 와 닿는 것은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인물이나 성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이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는 특별한 능력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실천하기 힘든 미덕은 아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18일로 90회 생일을 맞는다. 생일을 앞두고 얼마전 열린 강연회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인간 최고의 가치는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그는 "21세기에도 세계는 이견과 증오 분열 갈등 폭력 등이 행해지고 있고 이같은 갈등과 분열을 종식시키려면 인류는 연대해야 한다"며 배려를 강조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흑백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처음에 그는 차별의 억압속에서 신음하는 흑인들을 '배려'했지만 흑백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후에는 백인들을 '배려'했다.

현재 고유가와 경기불황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파산이 늘고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호황기에 잊고 살았던 '생존'의 문제가 다시금 절박한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여유가 없으면 타인에 대한 배려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타인을 생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을 보면 사소한 일로 다툼이 생기고 뜻없는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오래전에 불황과 배려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심리테스트가 발표된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호황기에는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뒤따라 오는 사람을 위해 손으로 문을 잡아주는 비율이 높았던 반면 불황기에는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울 수록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타인을 위한 배려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시카고 디폴 대학의 더글러스 셀러 심리학 교수는 남을 배려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려를 받는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낮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배려하고 배려 받는 것이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어 사고를 예방한다는 설명이다.

배려는 자신과 타인의 변화를 가져와 사회를 발전시킨다.

남을 배려하기 위해 '초인의 의지'나 '성자의 헌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충분하다.

배려를 실천한다고 해서 위대한 인물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교통사고라도 줄일 수 있다면 자신과 타인을 위해 해볼만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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