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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부병 유발 최악 녹조에도 카약·수상스키 허용한 정부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3 21:50


낙동강에서는 최악의 녹조가 발생해 조류 독소 피해가 우려됐으나,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레저활동을 규제하는 조치는 내려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달 중순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에서 촬영된 녹조.[연합뉴스=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올여름 폭염 속에 낙동강·금강 등지에는 최악의 녹조가 발생했으나, 환경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수상 레저 활동을 막지 않아 남조류 독소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에서는 남조류(Cyanobacteria) 세포 수가 mL당 126만개에 이르는 극심한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 역대 최고치였다.
또, 창녕함안보에서도 지난달 6일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71만5993개에 이르렀다. 창녕함안보의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달 20일까지도 35만개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녹조 속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나 아나톡신 같은 남조류 독소(Toxin) 피해가 우려됐지만, 수상 레저 활동을 규제하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수변에는 10여 개의 수상 레저 시설이 들어서 있고, 녹조가 심하게 발생해도 청소년수련원 등에서는 수상 레저 활동을 계속한다"며 "카약을 하다 녹조가 낀 물과 접촉해 피부 발진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피부 알레르기에 암 발생 촉진까지

지난해 7월 구지오토캠핑장 인근 낙동강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으나 수상 레저활동은 규제가 없이 진행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대표적인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인체에 다양한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녹조가 발생한 물을 마실 경우 장염에 걸리기도 하고, 몸에 닿으면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하고, 눈과 목이 따가워진다고 지적했다. WHO는 또 마이크로시스틴이 간과 신경독성을 나타내고, 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WHO와 각국은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 수치가 1L당 1~1.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도 수돗물의 감시기준을 1㎍/L로 정하고 있다.

WHO는 독소 농도 20㎍/L의 물을 성인이 100mL를 마시면 하루 섭취허용량(체중 1㎏당 하루 0.04㎍)에 해당하고, 체중 15㎏의 어린이가 250mL 마시면 하루 섭취허용량의 10배에 해당하는 독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나 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는 하천·호수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관리기준을 6~12㎍/L로 설정해놓고 있다.

2011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세인트매리스 호수에 설치된 녹조 독소 경고판. 조류 독소가 검출됐으므로 수영이나 물을 삼키지 말라는 내용이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짙은 녹조 발생하거나 독소 농도가 상승하면 수영금지와 어패류 채취가 금지되고,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하천·호수에 아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까지 설치한다"고 말했다.

녹조가 심하면 물고기까지도 독소에 오염될 수 있으므로 어획을 금지하고, 유통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레저활동 수역에선 독소 분석 않아

지난달 낙동강 달성보에서 관찰된 녹조[연합뉴스=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녹조가 극심했지만 올여름 환경부가 낙동강에서 분석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대부분 '측정한계 이하'였고, 가장 높은 경우도 0.3㎍/L였다.

반면,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대청호에서 측정한 사례를 보면, 마이크로시스틴-LR가 최대 26.1㎍/L에 이르렀다. 당시 남조류 세포는 mL당 12만개였다.
또, 낙동강 하류 물금이나 영산강 수계 주암호, 한강 수계 제천천 등지에서도 남조류 세포가 덩어리로 뭉친 경우에는 1000㎍/L까지도 측정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환경부가 세포에 붙어 있는 독소는 측정하지 않고 물에 녹아 있는 것만 측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남조류 독소는 대부분 세포에 붙어 있으며, WHO에서는 물속에 녹은 것뿐만 아니라 세포의 독소도 함께 측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석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 환경연구소장은 "세포의 것도 함께 측정한다"며 "수질 시료 채취 장소나 채취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환경부는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상수원수에 대해서만 독소를 측정하고, 친수(親水) 활동이 이뤄지는 수역에 대해서는 측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상수원수 독소 측정은 표층뿐만 아니라 중·하층에서 채취한 물 시료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레저활동의 경우 표층의 녹조 독소 농도가 중요하지만, 정수장에서 측정하는 값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조류 사체가 독소 배출할 수도

지난달 9일 오후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 낙동강이 녹조 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 소멸 후 남조류 세포가 퇴적층에 가라앉으면 거기서 최장 2주일까지도 독소가 계속 나올 수 있어 조류경보에서 '경계 단계'가 해제됐다고 독소 측정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미국 오리건주 셀렘 시에서 지난 5월에 조류 독소가 수돗물에 들어가는 바람에 시민들이 생수 사재기에 나서고, 주 방위군이 물 배급에 나서는 등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내용을 4일 보도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류경보가 발령된 수계에서 수돗물을 생산하는 전국 정수장 35곳의 수돗물 190건을 분석한 결과, 조류 독소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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