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57°

2018.11.20(TUE)

Follow Us

아직도 녹조 원인 논쟁? 2015년에 WHO가 이미 '교통정리'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4 20:27


지난달 중순 낙동강 달성보에서 관찰된 녹조. [연합뉴스=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금강·낙동강 등 4대강의 보 수문 개방 등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녹조 원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이 뜨겁다.
총인(TP) 같은 영양분이 많기 때문인지, 보를 쌓아 물을 가두면서 체류 시간이 늘어난 탓인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같은 남조류 녹조 발생의 원인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에 이미 깔끔히 정리한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의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게 보편적인 녹조 원인을 4가지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바로 '상수도와 남조류 관리'라는 12페이지짜리 기술 브리핑 자료다. 녹조로 인한 남조류 독소로부터 수돗물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관한 내용 중 일부다.

세계보건기구9WHO)가 2015년 발간한 '상수도와 남조류 관리' 자료 첫 페이지. [자료 세계보건기구]

WHO는 자료에서 "남조류 녹조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생하며, 온대지역에서는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기 적당한 조건이 늦여름과 가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다"며 다음 4가지를 녹조 발생 조건으로 제시했다.


?영양분, 특히 인 농도가 높을 때 (L당 총인(TP) 농도가 25~5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수준을 초과할 때)
?수온이 높을 때 (섭씨 25도를 초과할 때)
?체류 시간이 길 때 (1개월 초과할 때)
?성층화 현상으로 인해 물이 안정화됐을 때 (일부 남조류의 경우 필요한 조건)

WHO는 "이 같은 조건 때문에 물에 뜨는 플랑크톤 남조류는 댐이나 호수, 연못, 느리게 흐르는 강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외에도 광선의 세기나 바람도 남조류의 성장과 축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결국 ???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여름 4대강에서는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했고, 강수량이 적어 보의 체류 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2015~2017년 3년 동안 수질을 보면 한강·낙동강은 총인 농도 평균치가 27~48㎍/L, 금강은 65~80㎍/L, 영산강은 100㎍/L를 초과했다.

성층화(stratification) 현상은 표층의 수온은 높고, 바닥층의 수온은 낮아 수층이 전체적으로 안정화된 상태를 말한다.
수심이 깊은 호수에서는 중간에 수온이 갑자기 변하는 얇은 폭의 수온약층(thermocline)이 나타나고, 이를 경계로 위층과 아래층이 섞이지 않는 현상도 관찰된다.
일부 남조류는 이 수온약층 근처에서 녹조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조건).

'상수도와 남조류 녹조 관리'에서 녹조 발생 원인을 설명한 내용. [자료 세계보건기구(WHO)]

WHO는 별도의 표도 제시했는데, 표에서 총인(TP)과 체류 시간, 수온 외에 산성도(pH)와 세키 디스크 투명도를 추가했다.

세키 디스크 투명도는 지름 20㎝의 흰색 원판을 줄에 달아 물속에 넣으면서 그 원판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수심으로 측정한다.
pH가 7을 초과해서 '알칼리성'을 띠는 것과 투명도가 0.5m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은 녹조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녹조 발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표에서는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녹조 발생 원인을 설명한 표 [자료 세계보건기구(WHO)]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도 태양광과 수온, 영양분, 체류 시간 등을 녹조 발생원인으로 꼽았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수온은 사람이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고, 영양분이나 체류 시간은 사람이 조절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영양분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하수처리장 방류수 속의 총인을 줄여야 하지만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4대강 사업 당시 하수처리장 총인 시설을 설치하는 데 1조 5000억원가량 투입했으나, 녹조 방지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욱이 하수처리장 방류수뿐만 아니라 축산분뇨처럼 논밭에 쌓여 있다가 빗물과 함께 강으로 들어오는 비점오염원도 막아야 하지만 축산분뇨나 퇴비로 인한 오염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현재로써는 4대강 보 수문을 여는 것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녹조 방지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중순 경남 창녕군 합천창녕보 인근에서 관찰된 녹조.  [연합뉴스=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문제는 보에 저장한 수자원 이용 문제다.
보 수문을 열면 아까운 수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반대로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면 녹조 독소 때문에 수상 레저 활동이나 어획이 금지될 수 있기 때문에 보에 물을 저장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수문을 닫은 경우 가뭄에도 보 수위가 변동이 없는데, 이는 그냥 상류에서 내려온 물만 공급한 것이고 보에 가둬 둔 물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당장 보에서 물을 공급할 수요처가 없다면 수문을 열어 강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물 사용할 곳이 나타났을 때 수문을 닫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물 부족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충남 보령댐. 금강 물을 끌어오는 도수로가 건설돼 있으나 비용 문제 때문에 도수로는 가뭄이 극심할 경우에만 가동된다. [중앙포토]

보 수문을 개방하더라도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충남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보령댐 도수로의 물을 취수하는 곳은 백제보의 하류이고, 보령댐으로 물도 결국 상류 대청댐에서 내려온 물이다.
백제보는 금강의 3개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환경부는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낮추면 일부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취수구 높이를 낮춰야 수문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활·농업용수 등의 취수구는 강바닥에 가깝게 설치돼 있었으나,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당수의 취수구는 위치를 높이는 바람에 당장 수문을 열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4대강 보 수문을 모두 최저수위(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때의 수위)까지 열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1655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1200억원은 생활용수 취수장과 농업용수 양수장 시설 개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