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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당 부활 꿈꾸는 중국

[LA중앙일보] 발행 2008/07/1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8/07/16 19:31

이종호/편집위원

대학 시절 은사 중에 민두기 교수님(1932~2000)이 계셨다. 중국사의 대가였던 그는 엄격한 수업진행과 엄청난 과제물로 유명했다.

그 선생님에게 들었던 강의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 왜 중국이 티베트나 내몽고 등 인종과 언어.풍습이 한족과는 전혀 다른 민족들을 한사코 중국의 테두리 속에 묶어 두려는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이를 '중화(中華)적 주권'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그 지역은 과거 한 때라도 중국 왕조의 통치 권력이 미쳤던 곳이며 그들 종족 또한 중국의 역사적 동향에 깊이 관여되어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중국이면 영원히 중국이어야 하며 피를 나누지 않아도 역사를 같이 하면 얼마든지 중화민족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청조 말기 이래 지금까지 중국은 줄곧 한족과 해외 화교는 물론 조선족을 포함한 56개 소수 민족 모두를 중화라는 우산 아래 묶어 두고 있다.

이러한 '중화 민족주의'는 1997년 6월 영국으로부터 150년만에 홍콩을 되찾아 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후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 게임의 잇단 유치 그리고 2003년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 등으로 기세를 올렸고 올해 올림픽 개최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때 맞춰 '한당 시대로 다시 돌아가자(重回漢唐)'는 목소리도 한창이다. 건국 이래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한.당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한나라(BC 206~AD 220)는 한족.한시.한자 등의 명칭에서 보듯 지금의 중국을 있게 만든 모태였다. 강력한 중앙 권력으로 유교적 전통을 확립했고 실크로드 개척으로 중화의 기상을 서방까지 떨치기도 했다.

당나라(618~907) 역시 개방적 문화와 과학 기술로 8세기 세계 최고의 문명을 꽃피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백.두보.왕유.백거이 같은 세기적 시인들도 모두 그 때 사람들이다.

부쩍 높아진 국력을 올림픽을 기회로 세계에 과시해 보려는 중국이 두 왕조를 모범으로 삼은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자유 시장경제 틀 속으로 깊숙이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계급 질서와 제국주의 타파를 첫째 과제로 여기는 공산당의 나라다. 그런 정권이 그토록 혐오했던 전통시대 패권 왕조를 역할 모델로 상정했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게다가 최근 티베트 시위 무력 진압이나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나타난 폭력 사태 등을 보면 민족주의를 넘어 새로운 패권주의로 나아간다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한 고구려사 왜곡으로 우리에겐 이미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 3주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의 표어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이다. 여기엔 세계 시민들과 함께 손잡고 밝은 미래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13억 중화민족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당시대의 부활을 외치기 이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고양된 민족주의의 과시가 아니라 공존 공영의 시대 정신을 되새기는 일이다. 또 한과 당의 번영을 뒷받침 했던 포용과 융화의 정신까지 읽어내는 일이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한당 회귀'라는 그들의 꿈은 결국 꿈으로 머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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