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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뭐가 들어있길래...장관이 말해도 감추는 '불투명' 주택정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5 08:52

김현미 장관 임대 등록 매수 비율 말해
국토부 실무에선 자료 제공 거부
공개한 통계, 발표한 보고서도 감춰
정부에 불리한 자료 공개 겁내나
불투명한 정보가 투기 자양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6월 23일 취임식에서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로 다주택자 거래 동향 등의 통계를 공개했다.

“시장에 미칠 파장 때문에 자료 제공이 어렵습니다.”

국토부 답변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악용한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를 언급했다. 기자는 지난 3일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집값이 급등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임대주택 등록 실태를 파악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후 거래된 7~8건 중 한 건에서 매수 시기와 임대 등록 시기가 비슷했다. 이 아파트는 평균 시게가 3.3㎡당 7000만원이 넘고 가장 작은 집(전용 59㎡)의 가격이 15억원 넘는 고가주택이어서 임대 등록 세제 혜택이 많지 않다. 김 장관 말대로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대 등록 제도를 이용했다는 의심이 들만했다.
이날 저녁 김 장관은 KBS뉴스에 출연해 “올해 서울 주택 매매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주택 매수 후 임대 등록을 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 때 꺼낸 말을 통계로 뒷받침한 것이다. 김 장관의 말을 토대로 추산해보면 다주택자의 임대 등록 매수가 전체 매매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상당한 양이다.

기자는 국토부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다. 처음엔 일부 언론매체에만 자료를 줄 수 없다더니 부서를 돌고 돌아 “공개하지 못한다”는 최종 답변이 왔다.

자료: 국토부

한국감정원은 1년에 두 번씩 주택시장 분석 보고서를 낸다. 연령대별 매매 거래 비중으로 집계한다. 지역을 전국·수도권·지방으로 나눈다.

기자는 최근 과열이 심각한 서울의 자료를 원했다. 연령대별 거래 동향을 보면 수요자 특성을 대략 파악할 수 있어서다. 30~40대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로 정부가 말하는 ‘실수요’이고 50대 이상은 아무래도 다주택자일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통계가 있으니 수도권의 부분인 서울은 당연히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자료 공개를 거부한다. 시장 영향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문제의 원인을 취재하다 우연히 국토연구원이 2016년 말 낸 보고서 ‘부동산시장 이슈 분석과 정책방안(Ⅰ)’을 알게 됐다. 보고서에 대한 설명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과도한 신규주택 공급으로 인한 수급 불일치 문제와...빅데이터 분석, 문헌 검토 및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도출한 지역별 신규 주택 수급 격차 전망을,,,부동산시장 영향을 분석.”

국토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하니 보고서 제목이 나왔다. 클릭했더니 보고서는 없고 “등록된 데이터가 없습니다”는 문구만 있었다. 국토연구원에 문의했더니 비공개로 하기로 결정된 보고서라고 했다. 이유는 역시 국토부와 협의 결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였다.


국토부는 무엇을 걱정하는 것일까. 임대 등록 악용 통계는 정부의 정책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장관이 말했는데도 자세히 공개하지 못하는건가. 서울 연령별 거래 동향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다주택자 거래가 많아서인가.

둘 다 다주택자 주택 수요 억제를 골자로 하는 8·2대책의 효과가 막상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까 봐서인가.

국토부가 8·2대책을 발표할 때 공개한 다주택자 거래 비중은 2012년 이후 해마다 높아져 2017년 전국 14%, 서울 13.8%였다. 올해 임대 등록을 통한 서울 다주택자 주택 매수가 20% 선이라면 다주택자 거래가 8·2대책 후 더욱 늘어난 셈이 된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그동안 국토부가 거듭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밝힌 입장을 뒤집는 걸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6월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동원한 이색적인 취임식을 했다. 다주택자 거래 건수,연령대별 거래 현황 등을 그래픽으로 비줬다. 다주택자의 ‘투기 실태’라며 다주택자 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투기를 잡는 주요한 무기로 정보 투명화를 추진했다. 실거래가격 신고제를 도입하고 각종 부동산 통계를 만들고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더라도 정보 투명화는 노무현 정부의 업적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는 정보를 숨기면 불신과 불안이 싹트고 이는 투기가 먹고 자라는 자양분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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