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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성교회여, 버텨라

장열 /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장열 /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09/0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9/05 19:26

한국의 명성교회가 세습 논란과 관련, 소속 교단(예장통합)으로부터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이 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후임으로 위임된 후 논란이 일면서 9개월만에 내려진 교단 재판국의 결정이었다.

사회적으로도 파장은 컸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교회는 한국 내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유수의 언론사들이 속속 이번 결과를 보도했다. 교계에서는 "한국교회의 치욕으로 남을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미국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일었다. 옥성득 UCLA 교수는 판결에 반발해 목사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옥 교수는 학자의 길을 걷기 전 예장 통합에서 목회자 안수(1993년)를 받았었다.

옥 교수의 사직서 내용은 슬픔 외침이었다. 그는 "세습 인정 판결로 예장통합은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큰 죄를 범했다. 통합 교단 최대 수치의 날이자 가장 큰 불의를 범했고 통합 교단은 오늘자로 죽었다. 언젠가 통합 총회가 재를 덮어쓰고 회개하여 오늘의 결의를 무효로 돌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외부 여론에도 정작 명성교회는 의연하다. 교단 판결 후 논란의 당사자인 아버지 김삼환 목사는 "모든 것이 주의 은혜"라 했고, 아들 김하나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만 바라보자"고 했다.

지난 달 20일 명성교회는 이번 논란과 관련, "총회 판결을 겸허히 그러나 무거운 부담감으로 받아들인다. (중략) 더욱 낮은 자세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교회가 되겠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낮은 자세로 이웃을 돌보겠다는 말에 곳곳에서 들려오는 조소와 비난은 도대체 누가 짊어져야 할 몫인가.

한국 기독교의 이미지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명성교회 때문에 교계 전체가 매도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가 된다.

이번 일로 기독교 전체는 매우 심각한 내·외상을 입었다. 만약 명성교회와 해당 교단이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한국 기독교가 회복의 단초를 마련할 계기가 됐겠지만 끝내 악수 중 악수를 두었다.

훗날 한국 기독교 역사를 되짚을 때 명성교회의 세습은 사가들에 의해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힐 듯하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교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성교회와 해당 교단은 이번 결정을 절대로 '신(神)'의 이름을 빌려 포장하면 안 된다. 대신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 오히려 보란 듯이 교회를 잘 운영하길 바란다.

만약 이번 일로 명성교회가 쇠약해진다면 혹은 모두에게 외면을 받아 행여 먼훗날 문이라도 닫게 된다면 본인들만 피해를 입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명성교회로 인해 교계 전체가 입은 상처와 피해는 교계 역사에서 영원히 상흔으로 남아서다. 또, 이번 일로 생겨날 폐해를 애꿎은 다른 교회와 교인이 대신 감내하는 건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교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이기적인 결정을 내렸으니, 쇠퇴하는 것까지 이기적이라면 너무 치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독교는 현세가 아닌 내세에 방점을 찍는 종교다. 그러한 신념을 가진 교회가 이처럼 유한한 세상에서 한낱 '명성'을 지키겠다고 내린 용단이니, 그로 인한 온갖 지탄은 고스란히 자신들이 져야 할 몫이다.

그 책임을 등에 지고 끝까지 구슬프게 잘 버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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