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오스틴 큰딸네를 다녀올 때 부엌 창가의 귀여운 장미 화분에서 살짝 한 가지를 뽑아봤더니 V자로 두 가지처럼 보이는 한 가지가 흙 위로 딸려 나오기에 젖은 페이퍼타월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딸에겐 말도 안하고 내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왔다.
오자마자 작은 화분에 심어놓고 열심히 살펴보며 물도 주고 창가 볕에서 흠뻑 놀게 놓았건만 한 열흘쯤 후엔 2개의 꽃망울이 고개를 떨구더니 잎마저 차례로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애처로운 모습이 되었다. 몇 개 남은 잎이 마저 떨어지면 버리리라 마음먹으며 영양분을 물에 섞어 매일 뿌려주며 흙을 적셔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민 초기 아홉 살 딸에게 살림을 거의 맞기다시피하고 더하여 세 살 동생까지 돌보게 하며 새벽부터 고생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던 초라한 가지와 시든 몇 개의 나뭇잎 틈새로 발그레하니 바늘귀만한 잎들이 수도 없이 돋아나오고 있었으니. 이게 웬 떡! 인생이든 식물이든 고생 끝의 낙이었다.
드디어 한 달이 훨씬 지날 무렵 두 송이의 꽃망울이 푸르름을 띄며 콩꼬투리처럼 뾰족이 고개를 들며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너도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고통을 발판삼아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구나 싶어 많은 감동이 밀려왔다. 길에서 주워온 후줄근한 한 뼘 크기의 제이드 가지도 덩달아 싱싱하게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아기 모습 같은 미니 장미를 옆에서 지켜준다.
이곳 노인 아파트로 이사 온 지 9개월. 아홉 개의 작은 화분이 창가를 곱게 수놓으며 아침저녁으로 나를 위로하느라 마냥 바쁘다. 우리 노인 여러분. 무료하게 우울하게 지내지 말고 아들딸 기다리지 말고 말은 없어도 받은 값 해주는 식물들과 친해지며 말년의 관심을 기쁨과 보람으로 채워봄이 어떨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커간다는 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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