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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신간 '공포' 속의 한ㆍ미동맹 위기의 장면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16:41

지난해 10월 MOAB 동원 北 지도부 타격 훈련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해도 아기처럼 잘 잔다,
왜 친구로 지내야 하나, 공짜돈은 그만 줄 것"
매티스 "한국은 자유의 보루, 3차대전 막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틸러슨 국무장관 등과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백악관]

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 부국장이 밝힌 한ㆍ미 동맹 위기의 장면은 지난해 9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오른 서명 직전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탈퇴 서한 말고도 훨씬 많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엔 동맹을 위협할 수 있는 불씨가 북핵 선제공격 옵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비용, 무역적자까지 광범위하게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일 미 전역에서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2017년 7월 "2년 걸린다" ICBM 성공 발칵, 군사옵션 등장
11일(현지시간) 출간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일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북한이 정상궤도로 발사했을 경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첫 번째 ICBM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소 2년은 걸린다”던 기존 미 정보당국의 정보판단을 일거에 뒤집는 미국으로선 ‘전면적 위기 상황’이었다. 우드워드는 두 달 전 “북한이 연내에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도미사일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밀정보를 입수했지만 펜타곤 고위층이 “그런 기밀은 없다”고 부인하던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7월 4일 소집된 국가안보회의에서 매티스 장관은 지도부 타격을 포함한 제한적인 정밀타격에서 전면전을 포함한 군사적 비상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반도지역에 가용한 군함 등 군자산이 충분치 않아 실행에는 시간이 걸렸다.
클린턴 때 '사막의 여우' 작전, 오바마 CIA '北 맨 체인지'
이 가운데 지도부 타격의 초기 형태는 클린턴 정부 말에 처음 시도됐다. 1998년 12월 클린턴은 사담 후세인 제거를 명시적 목표로 계획한 건 아니지만 ‘사막의 여우’작전이란 이름으로 대통령궁과 비밀 은신처를 포함한 이라크내 약 100개 이하 표적에 650회 미사일 폭격을 감행했다. 후세인이 살아남아 결과는 실패였다.
클린턴 대통령의 일일정보 보고관 출신이던 존 브레넌 오바마정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맨 체인지(지도자 교체)”라는 공세적 논의를 제안했다. CIA 작전국 산하 북한 그룹이 간접적 암살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을 개발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로 불리는 3만파운드(약 14톤)규모의 초대형 관통 폭탄 GBU-43/B. 미국은 지난해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IS 소탕작전에 실제 사용했다.[미 국방부]

이에 상응해 국방부도 수정 작계 5015 안에 스텔스 폭격기로 북한 지도부 표적만 폭격한 뒤 빠져나오는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지도부 타격 옵션을 포함하고 있었다. 미 공군은 지난해 10월 17~19일 북한 지형과 흡사한 미주리주 오자크에서 정밀 공습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했다. 당시 한 조종사는 훈련 교신에서 “잠재적인 북한 지도부의 이전 지휘소”라고 언급했고, 최대한 지하시설 파괴를 위해 150m 저고도 폭격훈련도 포함됐다. 또 관련 훈련에선 지난해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제 투하됐던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로 불린 16톤규모 초대형 관통폭탄을 장착하기도 했다.
맥매스터 "LA 상공 버섯구름 피어오르길 기다리냐" 강경
맥매스터 보좌관은 내부에서 “대통령이 공격할 거라면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향상시키기 전에 빨리 하는 게 낫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군사공격을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로스앤젤레스 상공에 (핵 공격으로 인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길 바라느냐”고 되물었다. 이는 콘돌리사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라크 공격을 결정하기 전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확증이 있느냐는 논란에 “우리는 스모킹건이 버섯구름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연상시킨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8월 18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고위 참모들에게 백악관 서열 1위이던 스티븐 배넌 최고전략가를 '욕설'과 함께 해고했다고 하면서 "그가 언론에 '대북 군사옵션이 없다'고 한 걸 봤느냐"고 했다. 배넌이 "1000만명 서울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는 군사옵션은 없다"면서 자신의 '화염과 분노'발언이 단순한 엄포라고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는 "진정한 권력은 공포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북한에 대한 해답도 김정은을 겁먹게 하는 데서 찾았고, "내 핵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와 같은 트윗이 나왔다는 것이다. 동맹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드, 쓰레기같은 땅 철수시켜 포클랜드 갖다놔라"
같은 해 봄 한국은 부지를 99년간 무상 임대하는 조건으로 사드 설치ㆍ유지비용 10억 달러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데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옳지 않다”면서 사드 배치 위치를 물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도를 가져와(롯데 성주) 골프장이란 설명을 듣자 “쓰레기같은 땅 뙈기에서 철수시켜 (미국 서부) 포틀랜드에 갖다 놓으라”고 말했다. 그리곤 나중에 로이터와 인터뷰에선 “한국 정부에 ‘당신들이 10억 달러를 내는 게 타당하다’고 알렸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확대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으로 펜스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앉았다. [AP=연합뉴스]

사드를 놓고 긴장이 충분히 고조된 상황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위기상황에서 동맹 한국과 무역협정 문제를 꺼낼 때가 아니다”라고 설득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같은 해 4월 30일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협상을 할 때까지 협정은 유지될 테니 우리를 믿으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라이트하이저·나바로 한·미 FTA 등 폐기 시간표 제안
7월 17일 트럼프 행정부내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통상정책국장이 대통령 집무실로 대형 ‘15개 무역 아젠다 시간표’를 들고 들어왔다. 여기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을 하거나 ‘조치’를 할 시한도 표기돼 있었다. 뒤늦게 집무실에 들어온 롭 포터 부속비서관이 “몇몇 사항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며 재무ㆍ상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한ㆍ미 FTA 폐기 위협은 북핵 위기와 함께 진행됐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콘 위원장은 7월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을 '더 탱크'로 불리는 합참 회의실로 초빙해 세계의 지정학적 대결과 동맹의 중요성을 '강의'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매티스 장관의 역사 발표부터 머리를 흔들며 못마땅함을 표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콘 위원장이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다"고 하자 폭발했다. "그런 소리는 듣기 싫다. 모두 헛소리"라고 하면서다. 그러곤 이란 핵합의 탈퇴를 반대하는 틸러슨 장관에 "당신은 약해빠졌다. 나는 이란의 합의준수 인증 취소를 원한다"고 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에겐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재지정하라"고 했다.
"한국, 사드 비용 안 돼, 미군 전원 철수시켜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매년 35억달러 주한미군 비용을 대는데 한국은 아직 사드를 원하는지, 비용을 댈지 결정조차 못했다"며 한국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경우 항공모함을 추가 건조하는 등 10배는 비용이 더 들 것"이란 콘의 반박에 정말 화를 내며 "35억달러나 들여 2만 8500명을 주둔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두 집으로 데려오자"고 말했다. 사드 비용 10억 달러로 시작한 논쟁이 주한미군 철수로 비화한 것이다. 콘이 "우리가 밤잠을 편안히 자기 위해 무엇을 해야겠느냐"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아기처럼 잠을 잘 잔다"며 일축했다.

올해 1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에서 재협상 중인 "한·미 FTA 폐기 서한을 보내겠다"고 다시 위협을 했다. "180억달러 무역적자와 35억달러의 미군 주둔 비용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다. "당신들은 우리를 뜯어가기만 하는데 나는 무역과 안보이슈를 분리할 것"이라며 "공짜돈을 주는 건 그만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오해를 풀고 협력하고 싶다"고 달래는 데도 트럼프는 "사드 비용이나 대라"며 목소리를 높혔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불평을 반복하면서 싫어하던 문 대통령과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같은 통화 내용에 한·미 관계 파탄을 우려한 맥매스터 보좌관이 소집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국과 친구로 지내야 하느냐"며 거듭 미군 철수를 고집했다. 이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이 "한국은 가장 강력한 자유의 보루이며 미군 주둔은 세계 3차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란 말로 단호하게 막았다고 한다. 이 장면을 우드워드는 매티스가 대통령에게 도전하면서 "당신은 핵 전쟁을 하려는 것이냐"고 맞선 것이라고 평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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