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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 300만 트윗, 분노의 '스쿨 미투'…시작은 충북여중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22:15


충북여중을 시작으로 촉발된 '#스쿨미투' 현상이 트위터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9월 7일 저녁 8시, 한 충북여중 학생이 남긴 트윗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발단은 이날 오후 학교 축제에서 댄스 동아리 학생을 촬영한 남성에 반발하며 남긴 140자 트윗.

학교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하며 이 여학생은 트위터에 "이제 불법촬영을 넘어 교내의 고질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뒤 트윗을 쏟아냈다. 이후 이틀 만에 전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는 학생들의 폭발적인 동참으로 일명 '#스쿨미투' 현상이 촉발됐다.

중앙일보는 트위터와 함께 스쿨미투와 관련한 트윗 통계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진원지와 학생들의 연대가 확산된 경로를 추적했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스쿨미투'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은 20만1600건이었다. 8일 새벽부터 관련 트윗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선 이를 '스파이크(spike) 현상'이라 부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루가 지난 9일 인근 청주여상을 시작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미투 폭로가 터져 나왔고 관련 트윗량은 143만5800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트위터가 집계한 '#충북여중_미투' 트윗은 94만8300건, '#청주여상_미투' 트윗은 95만4000건이었다. 스쿨미투 관련 해시태그가 중복된 트윗을 모두 합할 경우 트윗량은 302만1700건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충북여고 미투폭로가 인근 청주여상을 시작으로 경기도의 경화여중과 대구의 혜화여고를 거쳐 서울 광남중학교 미투까지 확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가 동참했던 8일과 9일, 10일 늦은 저녁 시간엔 어김없이 트윗 스파이크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 9월 7일 저녁, 스쿨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충북여중 학생이 작성한 트윗. [트위터 캡처]

청주여상 미투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19)양은 기자에 메시지를 보내 "충북여중 학생의 트윗을 보고 청주여상 미투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쿨미투에 연루된 학교들은 교육청의 감사와 학교 전담경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왜 학생들은 트위터를 선택했나
스쿨미투가 앞선 미투 사건과 다른 점은 학생들이 트위터란 소셜미디어의 '익명성'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직접 언론에 나서던 과거 양상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각 학교의 미투 계정에선 선생님들이 "여자가 야하게 입고 다니면 남자들은 성욕을 참을 수 없다""여자들은 허벅지가 튼실해야 한다"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를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오해를 받은 당사자의 반발이나 해명도 실으며 트윗 계정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중이다.

서울 광남중 미투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여학생 A양(15)은 "트위터에서 페미니즘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며 "페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트위터에서 미투 폭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셜미디어에선 트위터와 달리 스쿨미투 관련 게시물을 찾기 어렵다.


경화여중 미투 운영진이 8일 저녁 남긴 트윗. "충북여중의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내어 동참하게 되었다"는 글이 적혀있다. [트위터 캡처]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1인 미디어 성격이 강한 트위터에선 청소년들이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달리 자신의 주장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위터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케이팝 가수들을 따라 10대 여성 사용자들이 늘어났고, 트위터가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말했다.

"고질적 문제 터져나와" VS "무차별 폭로로 추가 피해"
스쿨미투가 전국적인 현상이 된 뒤 학생들과 전문가 사이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학교 내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며 "침묵하던 학생들이 최근 미투운동과 온라인 페미니즘의 물결을 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위터로 학교의 전화번호나 선생님들의 이름 등 신원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구 혜화여고 교내에 학생들이 스쿨미투 관련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사진 대구 혜화여고 스쿨미투 트위터]

이민규 한국언론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트위터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될 수 있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우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수사 결과나 판결이 나오기 전에 특정인을 가해자로 낙인찍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에 메시지를 보낸 복수의 스쿨미투 트위터 운영자들은 "교내 선생님들의 성희롱·성추행 발언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를 지적했지만 묻히기 일쑤였다"며 "이런 방법으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트위터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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