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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대통령의 지지율

이종호 / 논설실장
이종호 / 논설실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9/1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9/13 19:35

#. 문재인 대통령과 여러모로 비견되는 미국 대통령이 있다. 1828년 취임한 앤드루 잭슨(1767~1845) 대통령이다. 대권 재수도 그렇고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된 것도 닯았다. 초반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비슷하다.

1776년 독립선언 이후 북동부 정치 명문가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은 잭슨이 처음이었다. 그 이전 워싱턴-애덤스-제퍼슨-매디슨-먼로 대통령 등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버지니아나 뉴잉글랜드 출신 엘리트였다.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도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잭슨은 정식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변호사로, 군인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1812년 발발된 영국과의 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1818년엔 휘하의 군대를 이끌고 당시 스페인령이던 플로리다로 쳐들어가 세미놀 인디언 부족을 제압하고 스페인으로부터 플로리다를 양도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런 잭슨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그 인기를 업고 1824년 대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의 벽은 높았다. 1차 투표에서 이기고도 정적들의 '야합과 농간' 때문에 결선투표에서 지고 말았다. 결국 4년을 더 기다렸고 마침내 압도적 표차로 7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 잭슨은 대통령이 되자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당장 동부 유력 가문의 전유물이었던 워싱턴 정가에 서부 출신 혹은 중하류층 인재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노골적으로 등용한 것이다. 집권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 격인 엽관제(獵官制)의 시작이었다.

연방 탈퇴를 위협하는 주에 대해선 군대까지 동원하는 강경책으로 연방 분열을 막았다. 의회와도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그럴 때마다 전임 대통령들이 거의 행사하지 않던 거부권으로 맞섰다. 이런 이유들로 잭슨은 '대중 독재자' 혹은 '앤드루 국왕'이라고까지 불렸다.

그는 허물이 많았다. 의회와의 잦은 충돌, 타협을 모르는 일방적 독주, 그리고 측근 중심의 코드 인사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무자비한 아메리칸인디언 소탕 정책은 지금까지 비난을 받는다. 그 때문에 20달러 지폐에 들어가 있는 잭슨의 얼굴이 빠질 뻔하기도 했다. 잭슨 대신 흑인 노예 출신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을 넣자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논의는 흐지부지 되었다(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주류 기성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이단아라는 점에서 잭슨과 닮았다).

#. 프랑스 역사가 토크빌은 1830년대 잭슨 시대를 분석해 '미국 민주주의'라는 유명한 책을 남겼다. 이 책에서 토크빌은 절제 없는 민주주의는 대중독재나 중우정치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당리당략과 무지한 자들의 편견 때문에 현명한 사람들의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음도 일깨웠다. 그의 통찰은 지금도 유용한 반면교사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출범했다. 그런데 지금 민생경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지율도 반토막 났다. 그렇다고 조급한 무리수는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반대 목소리는 있게 마련이다. 최저임금 올리니 자영업자 다 망한다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임대차보호법 개정하자 하니 이번엔 건물주 다 망한다고 반대한다. 아파트값 오르면 부동산 정책 실패라며 비난한다. 그래서 집값 잡겠다고 세금 찔끔 올리면 집주인 망한다고 또 욕한다. 그래서 정치가 어렵다.

지지율 떨어졌다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지 말란 법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반대파의 공격과 비난에 시달렸던 앤드루 잭슨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강력한 미국, 서민을 위한 정치라는 큰 목표를 보고 나아갔다. 그런 잭슨을 지금 미국인들은 나라 시스템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서민 민주주의 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더 많이 기억한다. 문재인 정부도 못할 이유가 없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좀 더 멀리, 길게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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